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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Aug 29. 2021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았던 이유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대학원 시절 교수님 중에 자신의 감정을 그 날의 수업 태도에 반영하시는 분이 계셨다. 그 선생님의 수업이 있는 날이면 조교 언니에게 먼저 선생님 기분이 오늘 어떠하신지 묻곤 했다. 만약 그날 선생님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라는 정보가 입수되면, 그날 발표하기로 한 학생은 초 긴장 상태에 빠진다. 발표 후 야단을 맞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정말 기분이 태도가 되는 경우의 사례였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는 기분을 태도에 반영시키지 않는 방법에 대한 여러 조언들이 나온다. 원론적인 매뉴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소개하는 방법이 제일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2장에 보면 부정적인 사람, 에너지 도둑을 멀리하라는 말이 나온다. 내 기분을 망치는 사람과 거리두기에 대한 조언이다. 에너지 도둑이란 어떤 사람일까? 만나면 계속 부정적인 기운과 에너지를 감염시키는 사람이다. 계속 똑같은 하소연을 늘어놓고, (열심히 조언을 해주어도 다음에 만나면 역시 똑같다) 부정적인 에너지를 계속 전파하는 사람이다. 


  부정적 에너지를 뿜는 사람들의 특징은 지나친 자기애에 빠진 사람, 과거를 자꾸 소환하는 사람, 불평이 끊이지 않는 사람, 늘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 안 좋은 소문을 흘리는 사람 등이다. 정말 어느 한 가지 안 싫은 게 없다. 이 중 어떤 사람이 제일 싫은지 말하라고 하면 어떤 사람을 골라야할지 밤새 고민을 해도 모자랄 정도이다. 그래도 제일 싫은 걸 고르라면 안 좋은 소문을 흘리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 퍼뜨리는데에 에너지를 쏟기 전에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더 집중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는 에너지 도둑이 나와 같은 불평을 해주기를, 의견에 동조해주기를 기대할 때 과감하게 무시하라고 한다. 나 때문에 대화의 흐름이 살짝 어그러져도 괜찮다면서. 나도 이럴 때 거의 동조하지 않은 편이다. 에너지 도둑에게 기운 빨리지 말고 멀리하라고 한다. 그 대신 주위에 좋은 사람을 두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지내고 교제할 권리가 있다면서. 아. 이 말이 왜 이렇게 와 닿는지..


 다만 부정적인 에너지에 갇혀 있는 사람도 인생의 슬럼프를 겪고 있을 수도 있으니 가끔은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나도 내가 이런 긍정적(?)인 인간이 될 거라고는 30때까지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영겁의 시간이 흘러도 변화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찰나의 시간에도 변화의 모멘텀이 발생할 수 있다. 


막말에 대한 부분에서 자신의 안 좋은 태도를 좋게 포장하지 말라면서, 상대에게 일침을 놓는데 골몰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이 나온다. 예전에 직설적으로 하는 말(사실에 기초하는 말이지만) 이 불러오는 효과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만약 나의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면,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말을 줄이라고 해주었다. 굳이 매사에 솔직할 필요는 없다. 막말(직설적인 말과 막말은 차이가 있겠지만) 을 하는 것보다 입을 다무는 게 훨씬 낫다.


감정에는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이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모든 감정은 자연스럽다. 감정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다라 좋은 감정이 될 수도 있고, 나쁜 감정이 될 수도 있다. 질투심이 다른 사람의 성공을 깍아내리려고 하면 부정적인 감정이고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면 긍정적인 감정이 된다. 감정을 인정하고 흘려보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실망하지 않는 두 가지 방법은 완전 공감이었다. 사람에게 덜 기대하기, 내가 준만큼 똑같이 받으려고 욕심내지 않기.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거랑 똑같아서 반가웠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왜 감정이 태도에 그다지 반영되지 않는걸까 생각을 해보았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매일 글을 쓰기 때문인 것 같다. 매일 그날의 일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감정의 여과가 일어나면서 부정적인 감정이 빠져나가게 된다. 나쁜 일은 나쁜 일대로, 좋은 일은 좋은 일대로. 그 날의 감정은 그 날 처리되는 과정을 거친다고나 할까. 글쓰기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각자 자신의 감정의 여과장치를 무엇이든지 만들어두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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