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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Sep 01. 2021

도서관에는 밑줄 긋는 남자가 있다

『밑줄 긋는 남자』



도서관에 가는 걸 좋아하시나요?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유전자나 뇌가 아니라 별도의 공용 저장소를 만들어 그곳에 보관할 줄 아는 종은 지구상에서 인류뿐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기억의 대형 물류 창고'를 사람들은 도서관이라고 부르지요.


저는 도서관에 자주 갑니다. 일주일에 보통 다섯 번 정도 갑니다. 책을 빌리러도 가고, 반납하러도 가는데 요즘 도서관에 가면 제일 먼저 둘러보는 곳은 신간코너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신간을 잘 읽지 않았는데 요즘은 신간과 구간(?)을 오대오 정도로 빌려봅니다. 신간코너에서 읽고 싶었던 책이 보이면 이게 웬 행운인가 싶어 재빨리 꺼내는데요. 이렇게 욕심 내서 빌려왔다가 다 읽지도 못하고 반납하는 책이 꽤 됩니다.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하는데 책만 보면 자제가 안되나 봅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는데 밑줄이 그어진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사실 도서관 책에 밑줄을 그으면 안되지요. 그런데 밑줄을 그은 부분을 보면 왜 이곳에 밑줄을 그은 걸까 궁금해서 더 눈여게 읽게 됩니다. 만약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듯한 메모를 남겼다면 어떨까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로워할 만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밑줄 긋는 남자』 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스물다섯 살의 콩스탕스는 동네 도서관에 회원등록을 하고 책을 빌립니다. 그러다가 책 속에서 우연히 낙서 하나를 발견합니다. 몇몇 문장에 밑줄이 그어져 있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다음번에 읽을 책까지 적혀 있습니다. 콩스탕스는 이를 누군가가 책을 통해서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콩스탕스는 그 남자를 찾는데 온 신경을 집중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담는 문장을 찾아 밑줄을 긋는 이 남자와 곧 만나서 사랑을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느날 케에르케고르의 책이 분실되었다는 이유로 도서관에 간 콩스탕스는 지젤 대신 앉아있는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소르본느 대학 문학부 3학년에 재학중인 클로드였습니다. 그를 밑줄 긋는 남자로 생각한 콩스탕스는 그를 만나게 되지만 클로드는 자신이 밑줄 긋는 남자가 아니라는 알게 되고 두 사람은 함께 밑줄 긋는 남자를 찾게 됩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도서관에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데요. 도서관에서 '밑줄 긋는 남자'를 만나지는 못하겠지만 마음에 드는 친구와 같은 책을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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