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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Aug 25. 2021

열병처럼 다가온 여름날의 첫사랑

『그해 여름, 손님』


처음으로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간 건 23살 때의 여름방학이였습니다. 함께 떠나는 일행들과 모여서 일정도 짜고, 각 국에 대해 공부하고, 계획도 짰습니다. 설레는 마음 한 켠에는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떠나는 외국여행인데다가 배낭여행이라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첫 여행이 그렇듯이 고생도 많이 하였고, 즐거운 순간도 있었습니다. 함께 간 일행과 싸워서 하루 동안 떨어져 지내기도 했고, 여행지에서 만난 분들과 절친처럼 붙어다니기도 하였지요. 가는 곳마다 각자의 이유로 인상깊었지만 이탈리아에서 보냈던 며칠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여름하면 항상 이탈리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먹던 아이스크림이 떠오릅니다.


이탈리아 시골의 여름 풍광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소설이 있습니다. 『그해 여름, 손님』입니다. (이 제목의 소설은 현재 절판되었고 『콜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다시 출간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소설은 성장한 엘리오가 그해 여름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 소설은 열 일곱살의 엘리오가 그 해 여름, 올리버와 함께 6주 동안 누구에게도 말할 수도 없는 비밀을 안은 채 서로에게 특별한 친밀감을 쌓아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해안가의 별장에서 여름을 맞이한 열일곱 살의 엘리오의 부모님은 책 출간을 앞두고 원고를 손봐야 하는 젊은 학자를 초대합니다. 그해 여름 손님은 스물넷의 미국인 철학교수 올리버였습니다. 엘리오는 올리버에게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올리버는 엘리오가 다가갈 때마다 “나중에!”라며 피하지만, 결국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소설은 동성애라는 테두리안에서 두 사람의 감정과 사랑을 다루기보다는 누구나 겪었을 첫사랑의 설레임과 아픔에 초점을 맞추면서 첫사랑의 열병을 보여줍니다. 엘리오에게 아버지가 하는 말은 아들에 대한 사랑과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압축해서 전달해줍니다. 우린 서른살이 되기 전에 이미 무너져.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더이상 보여줄 내가 없어지게 될 수 있다고 말을 합니다. 여름의 향기가 깊어가는 날이면 첫사랑의 열병을 앓던 엘리오가 떠오릅니다. 



“너희 둘은 아름다운 우정을 나눴어. 우정 이상일지도 모르지. 난 너희가 부럽다.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대부분의 부모는 그냥 없던 일이 되기를, 아들이 얼른 제 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랄 거다. 하지만 난 그런 부모가 아니야. 네 입장에서 말하자면 고통이 있으면 달래고 불꽃이 있으면 끄지 말고 잔혹하게 대하지 마라. 밤에 잠을 못 이룰 만큼 자기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건 끔찍하지. 타인이 너무 일찍 나를 잊는 것 또한 마찬가지야. 순리를 거슬러 빨리 치유되기 위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뜯어내기 때문에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마음이 결핍되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시작할 때 줄 것이 별로 없어져 버려. 무엇도 느끼면 안 되니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건 시간 낭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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