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리나 Aug 31. 2021

누구에게나 들을 말은 있다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몇 해 전 모임에 나갔다가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이 건물 옥상 위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있습니다. 구조할 사람들이 출동했지만 누구도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건넨 말이 뛰어내리려는 분의 마음을 바꾸어 놓았다고 합니다. 그 말은 '무엇이 그렇게 힘드세요?'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뛰어내리지 말라는 말은 한 사람은 많았지만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묻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힘들 때 누군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를 원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의 절망감은 사람을 외롭게 만들지요. 이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무런 편견 없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일에서 소통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모임 역시 참여하시는 분들의 말을 온전히 들어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서로 소통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어렵기만 합니다. 실제로 소통의 부재 때문에 고통을 받는 사람은 가까운 관계에서 훨씬 많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사람간의 소통은 쉽지 않은 일이 되었을까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 고통인 사람도 있고,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모두 다릅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다보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다른 의견들을 수용하고, 내 생각 상자에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넣을 수 있다면 사고는 계속 확장되어 나갈 수 있습니다. 지난 9년 동안의 모임을 통해 제가 확실하게 배운 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만큼,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훈련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저를 발견하기는 하지만 독서모임을 하기 전과 비교해보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처음 참여한 독서모임에는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5분 정도 책 이야기를 하는 게 룰이었습니다. 이때 다른 사람들은 절대로 그 사람이 말할 때 끼어들거나 말을 잘라서는 안 되고, 끝날 때까지 듣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모임의 룰을 지키기가 정말 쉽지 않았는데요. 제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애가 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듣는 게 훈련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결국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잘 듣기의 열쇠이며 모임을 오랫동안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전 11화 동시에 달리는 독서열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