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을 시작한 초창기 시절 종종 받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혼자서 읽어도 되는 책을 왜 여러 명이 함께 읽으세요?" 라는 질문입니다. 이상하게 그 무렵에는 이 질문을 받게 되면 답변도 하기 전에 혼자 울컥하곤 했습니다. 뭐라고 답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함께 읽으면 같은 책이라도 다양하게 읽을 수 있으니까요." 라는 교과서적인 답변을 하곤 했지요. 이 질문을 받는 날이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김없이 독서모임을 처음 시작한 때를 떠올리곤 했습니다.
8년 전, 처음으로 독서 모임을 시작했을 때는 절박한 심정이었습니다. 미혹됨이 없다는 불혹의 나이를 한참 넘어섰지만 여전히 삶의 방향성에 확신이 없었고, 세상의 말들에 쉽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맞는 것인지 자신도 없었습니다.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지요. 그래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게 첫 모임의 시작이었습니다. 어떤 말을 해도 "지금까지 그 정도 해왔으니 괜찮아요."라고 답변을 해주시더군요. 누군가 모임 이름을 “괜찮아 모임”으로 하자며 농담처럼 이야기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흔들렸던 생각들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내면도 조금씩 단단해져갔습니다. 이제는 진짜 독서에 집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독서 모임을 꾸려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읽은 후기를 공유하는 동시에 달리는 독서열차라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이 모임은 편독에서 벗어나 평소에 읽지 않는 분야의 책을 다양하게 읽고, 읽은 책의 후기를 적어 공유한다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매월 여러 분야의 책을 자신이 읽을 만큼 정해 올린 후 책에 대한 후기를 월말에 정리해 올려 서로 공유해오고 있습니다.
매달 새로운 책을 정해 읽는다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읽은 책에 대한 후기를 매번 쓴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몰아서 후기를 쓰다보면 얼마전에 읽은 책인데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짜내듯이 적은 후기였지만, 5년동안 써놓은 후기를 다시 읽어보니 쓸 때 마다 느꼈던 곤혹스러움만큼 뿌듯함도 커져갔습니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읽고 이해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다른 책들을 읽을 때 이전의 책이 서로 연결되어서 이해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독서의 단계를 하나씩 천천히 올라가는 기분이 들면서 다독의 즐거움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를 새삼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무조건 많은 책을 읽는 것이 목표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독서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주변과 세계에 대해 폭넓은 시선을 가지기 위해 한해 한해 성장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읽고 도움이 되었던 책들을 다른 모임분들께 추천해주고 서로의 느낌을 함께 나누어나가는 기쁨을 누리고 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