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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Jan 18. 2021

허무감에 빠지지 않고 모임 계속 운영하는 법


 독서모임 9년차에 접어들었다. 의욕이 충만해서 열정적으로 모임을 이어가는 시기도 있었지만 도대체 내가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지금 이러고 있는걸까 싶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누구나 모임을 운영하다보면 그런 순간이 찾아 온다. 얼마 전 8년동안 진행해오던 독서모임을 그만 둔다는 분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만두는 이유가 너무 공감이 갔다. 자신은 없는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모임을 위해 준비하고 참여하는데 다른 분들은 점점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성실하게 책을 읽어오는 분도 계시지만 책을 읽어오지 않는 분들도 늘어난다. 그러다보면 회의감과 허무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엄습하게 된다. 나 역시 수차례 이런 허무감에 빠졌던 지라 그 분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나는 이런 심리에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독서모임은 학교처럼 의무적인 것도 아니고, 회사처럼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도 아니다. 그냥 취미생활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느슨한 연대를 가지고 있는 모임일뿐이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서도 안되고, 회원들의 열정과 애정이 늘 변함없을 거라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기대가 크면 상처를 받게 된다. 모임을 앞으로 언제까지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몸이 허락한다면 계속해서 하고 싶다. 그러려면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이러한 허무감과 실망감에 빠지지 않게 마음을 잘 관리해야 한다.


 그렇다면 허무감에 빠지지 않고 모임을 계속 운영 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일반적으로 모임의 흥망성쇠는 5년을 넘어서기 힘들다고 본다. 동일한 독서모임이 5년이 넘어서면 동력이 거의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사실 5년도 쉽지 않다. 2년에서 3년 사이가 고비이다. 각자 상황과 방향성이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방법은 이러하다. 


- 모임참여자의 구성원은 다양하면 다양할 수록 좋다. 

- 매년 1~2회 정도는 신입회원을 충원한다. 

- 열성적인 회원이 최소 30%는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 모임이 사람에게 너무 기대게 되면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 시스템이나 모임 자체가 더 부각되어야 한다. 

- 온라인 소통을 활성화한다. 

- 모임의 규칙과 방향성에 대해 정기적으로 구성원들과 자유롭게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나는 모임을 여러 개 하는데 그러다보면 왜 그렇게 모임을 여러 개 하냐고 묻는 분들이 계신다. 처음에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하나 싶었는데, 그냥 분야나 책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모임을 한다라고 대답을 하곤 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개의 모임을 순차적으로 만들어나가면서 다양한 구성원들을 참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모임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열성적인 회원의 확보이다. 이 분들이 최소 30%는 되어야 모임이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회원을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분들의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다. 취직을 할 수도 있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갈 수도 있다. 따라서 채널을 여러 형태로 유지해야 한다. 오프라인만 하게 되면 안되고 온라인 기반의 독서모임을 함께 운영을 해야만 이러한 변수를 최대한 통제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해도 안 되려면 또 안된다.


  몇 달 전에 심각한 회의감에 빠진 적이 있다. 운영자로서의 책임의식도 부담스러워졌고, 왜 나만 이렇게 힘들게 해야하나 라는 생각도 가졌었다. 그래서 모임분들께 상황을 설명드렸는데 의외로 다시 모임이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깨달았다. 혼자서 다 해결하려고 하는 것도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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