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고, 모임하는 일의 즐거움에 대해
행복에 대한 책은 매년 셀 수도 없이 많이 출간된다. 이 말을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무엇이 자신을 즐겁게 해주는지 잘 모른다는 말이 될 것이다. 나 역시 한 때 행복에 대한 책만을 계속 찾아 읽은 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예를 들어 하루키는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에서 생활 속에서 개인적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철저한 자기 규제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철저한 자기 규제' 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단호함이 좋다. 예를 들면 꾹 참고 격렬하게 운동을 한 뒤 마시는 차갑게 얼린 맥주 한 잔같은 것이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하고 혼자 눈을 감고 자기도 모르는 새 중얼거리는 것 같은 즐거움, 이게 누가 뭐래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참된 맛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내게 '바로 이 맛이야!'라는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일은 무엇일까?
브런치에 '혼술을 즐기시나요?'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잠자기 전 샤워 후 차가운 맥주나 술 한 잔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적었더니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댓글이 달렸다. 혼술을 하지 않아서인지, '아, 술을 마시고 싶어' 라는 생각이 좀처럼 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술이란 모름지기 다른 사람과 왁자지껄하며 텐션을 최대한 끌어올려 술자리에서만 먹는다고 생각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그런 적이 없다. 그런데 내게도 비슷한 게 있다. 매일 밤, 글쓰기 카페에 글을 쓰기 시작하여 혼신의 힘을 끌어올려 자정이 되기 전 끝마친다. 휴대폰 시계의 숫자가 11시 59분에서 12시 00으로 바뀌는 순간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래 바로 이 맛이야!'를 외치면서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
10년째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모임을 해오고 있다. 내게 읽고 쓰고 모임하기는 확실한 행복의 참된 맛을 느끼게 해준다. 나는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만족감을 준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하루하루가 나는 좋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공감을 해주면 감사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겁다. 글을 쓰는 내 자신이 좋기 때문이다. 나는 내 글의 첫 독자이자 마지막 독자가 된다는 사실도 마음에 든다. 읽고 쓰고 모임하기의 즐거움을 알게 된 나는 그 즐거움에 대해 글을 써보기로 한다. 앞으로도 이 작은 행복이 쭉 이어지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