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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Dec 03. 2020

글빚과 책빚


   재주가 많은 편이 아닌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대체로 제한적이었다. 크게 보자면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 글쓰는 일정도라고 할까. 그 외에는 딱히 재능이 없다. 3년 전까지는 강의를 했는데 그 이후로는 독서모임에 전념하기 위해 강의를 그만두었다. 그런데 독서모임도 온전히 만족감을 주지는 않았다. 독서모임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물론 글쓰기는 그 전에도 했었지만 작년부터 매일 글쓰기와 주3회 퇴고 글쓰기 등 매일 글을 쓰는 비중을 최대한 늘려나갔다. 마감 내에 글을 쓰는 일을 2년 이상 계속하면서 처음에는 글빚을 지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이 시기에 매주 썼던 칼럼은 돈을 받고 쓰는 글이었기 때문에 더욱 부담감이 가중되었다.     


   글은 마감과 돈이 완성시킨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 공감하지만 마감 전까지 글을 완성시키는 일은 과장하자면 피를 말리는 느낌이다. 칼럼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가 마감 시간이었다. 월요일 밤만 되면 좌불안석이 시작된다. 월요일 밤에 겨우 글을 써놓고 자도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 보면 글이 마음에 안 든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아침에 갑자기 새 글을 부산하게 쓰기 시작한다. 글을 급하게 쓰면 당연히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러니 더 힘들 수밖에.     


   그 전에는 글을 쓸 때 글자 수를 고려하지 않았는데, 칼럼 쓰기도 그렇고 공모전 글쓰기도 그렇고 글자 수를 맞추는 게 중요해서 퇴고할 때 글자 수도 신경을 쓰게 되었다. 컬럼은 매회 940자를 써야했고, 공모전 글쓰기는 보통 한 꼭지에 3300자 정도를 써야했다. 글자 수를 맞추는 것을 하지 않으면 글 쓰는 시간을 조금 줄일 수 있는데 정해진 글자 수가 있기 때문에 마지막에 하는 퇴고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10시는 다가오는데 한 줄을 빼면 부족하고, 다시 집어넣으면 글자 수가 넘어버릴 때 식은땀이 난다. 


   마감시간을 지켜 글을 쓴다는 일은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것보다 힘든 일은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가 차지하는 것 같다. 컬럼 쓰기가 지난 7월에 끝나서 조금은 편해졌다. 여전히 매일 글쓰기 카페와 백일 글쓰기, 브런치, 블로그 등에 매일 글을 올리기 때문에 하루에 써야하는 글이 보통 하루에 5~6편이 넘는다. 당분간 글빚에 쪼들리는 느낌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책빚은 또 어떠한가. 온라인으로 하는 독서모임이 하나둘씩 늘어나더니 어느새 10개를 훌쩍 넘어버렸다. 한 달에 읽고 후기를 올려야 하는 책이 한 달이면 보통 20권이 넘는다. 후기를 올려야 하는 마감 날이 오면 하루 종일 정신이 없다. 마감이 같은 날에 몰리는 걸 피하기 위해 15일에 후기를 올리는 날로 마감 날을 몇 개 옮겨보기도 하는데 여전히 역부족이다. 몇 권은 며칠을 넘겼는데도 아직 후기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읽어야 할 책은 산더미 같은데 그 와중에 꼭 꽂히는 책이 있어 엉뚱한 책을 읽고 있을 때가 많다. 글빚과 책빚은 점점 늘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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