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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Aug 26. 2021

글쓰기의 재능과 꾸준함에 대하여

<더 좋은 곳으로 가자> 를 읽으며 드는 생각



  몇 년 전부터 매일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있지만 글쓰기에 대단한 재능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어릴 적부터 학창시절까지 글쓰기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은 적도 없고, 누군가로부터 '넌 참 글을 잘 쓰는구나' 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나는 글을 잘 쓰는구나' 라는 생각을 해 본적도 없다.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도 글을 쓰지 않으면, 즉 내 안의 무언가를 바깥으로 표현해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가 아니라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삶의 흔적들이 잊혀지는 게 아쉬워서였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로 재능과 꾸준함에 대해 자주 생각해보게 된다. 재능도 있고 꾸준함도 있으면 최상이겠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인가. 나는 어느 쪽인가. 꾸준함은 가지고 있다. 예전에 이슬아의 <부지런한 사랑>을 읽다가 '재능과 꾸준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창작을 할 테지만 나는 타고나지 않은 것에 관해, 후천적인 노력에 관해 더 열심히 말하고 싶다.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하지만 꾸준함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도 운이 필요한 것 같다. 꾸준하다고만 해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혹은 조금의 요령을 더해보면 어떨까?


 정문정씨의 책 <더 좋은 곳으로 가자>를 읽다보니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와 다른 점은 저자분은 어릴 적부터 글을 잘 썼고 상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다만 최우수상을 받고 할 정도로 월등하게 잘 쓰는 건 아니었다. 매일 한 권의 책을 읽었고, 글을 쓰는 일을 하며 직장 생활을 했다. '평범한 사람이 특별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챕터를 보면 글쓰기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첫 책으로 성공을 거두었던 자신의 에세이집에 대해 어느 처음 본 출판사 편집자가 에세이 집을 처음 내는 분에게 작가님 책을 참고하라고 권한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한다. 대가의 작품을 권하면 지레 포기할 수 있으니 만만한 내 글을 추천한 거라며 겸손한 설명도 덧붙인다. 그러면서 잡지사에 다니면서 어떤 방식으로 글을 썼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일종의 읽히는 글에 대한 요령이다.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종이책의 밀도 높은 문장을 버거워하므로 라디오 대본을 쓴다고 생각하며 어려운 표현을 최대한 쓰지 않고 입으로 소리내 읽으면서 문장을 마무리한다. 또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으로 관심을 끈 후, 친근하고 공감가는 소재를 서두에 배치해 기사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린다. 중요한 건 나의 이야기로 시작하되 나의 이야기로 끝내지 않는 글을 쓰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조언에 모두 공감한다. 특히 라디오 대본을 쓰듯 이라는 표현을 보니 얼마전 읽은 <그래서 라디오>의 오프닝 글들이 떠올랐다. 메시지와 감성을 적절하게 섞은 글들이 잘 소비되는 세상인 것 같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글쓰기를 계속 해가면 제일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글을 써도 (내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알아주는 곳이 없다면 누군가 읽고 좀 더 공감해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하는 노력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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