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공모전 당선작을 보면서 드는 생각
글쓰기 모임을 5년 정도 해오다보니 사람들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어떤 고민을 하게 되는지 알게 되었다. 물론 나 역시 비슷한 흐름을 거쳤다. 처음에는 글쓰기 습관을 들여서 어떻게 하면 매일 규칙적으로 글을 쓸 것인가의 문제에 집중한다. 쓸거리가 없는 날은 어떻게 글을 쓰지? 와 같은 고민도 세트이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글쓰기 습관이 잡히게 되면 생겨나는 다음 고민이 시작된다. 어떻게 하면 글을 더 잘 쓸 수 있는지이다. 평범하디 평범한 내 일상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쓸거리를 끌어낼까의 고민이 시작된다. 더 나아가 지금까지 썼던 글을 잘 묶어서 출간하고 싶다는 마음도 생겨난다.
며칠 전 매일 비슷비슷한 글을 쓰고 있어서 고민을 하고 계신 분과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가 최근 몇 년 동안 글을 쓰면서 내가 깨달은 점을 정리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용이 길다보니 다섯 편 정도로 나누어서 발행해볼까 한다.
유리: 매일 비슷비슷한 하루 일과 중심의 글만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없을까요?
리나: 주변에서 글을 쓰시는 분들을 보면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더군요. 저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며칠 전에 작년 브런치 공모전 당선작들을 읽어보면서 어떤 글들이 선정이 되었는지를 살펴보았는데요. 의외로 주제가 꽤 다양하더군요. 선거와 정치에 대한 글도 있고, 미술과 경제를 연결한 글도 있고, 귀농해서 돼지를 자연적인 방법으로 키워본 이야기도 있었어요. 소위 가볍고 트랜디한 에세이만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 중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라는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저자분이 28살에 귀촌하여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가 제대로 키운 돼지는 먹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돼지 3마리를 1년간 키웠다가 잡아먹은 이야기인데요. 이 책을 읽었더니 그동안 제가 매년 공모해왔던 글이 뭐가 부족한지 느낌이 딱 오더라고요. 저는 그동안 너무 평범한 이야기를, 평범한 문장으로 써왔던 것 같아요. 브런치에서 말하는 응모작들의 공통점은 신선한 이야기를 뛰어난 필력으로 써내려갔다고 밝히더군요.
다른 사람들이 관심있게 읽어보거나 공모전에서 뽑히는 글이 되려면 네 가지 조건 중 최소한 한두가지는 필요한 것 같아요.
첫번째는 남들이 경험하지 않은(혹은 못한)이야기를 쓰는 건데 소재가 정말 특이하고 독특해서 눈길이 가는 경우이죠.
두번째는 다른 사람들도 다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라서 (연애, 결혼, 회사생활, 육아 등등) 누구나 공감할 만한 컨텐츠를 정말 실감나게 잘 쓰는 경우이죠. 글을 읽다보면 어쩌면 이렇게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묘사했을까 놀랄 때가 많은데 이런 분들은 평소에도 하루의 기록을 해오셨던 분들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 글을 써야지 하면서 기억을 꺼내어서 정리했다기 보다는 평소에 그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록을 해오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그 내용들을 모아서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들 중심으로 살을 덧붙여 썼을거라 생각돼요.
세 번째는 연습해서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재미와 유머가 넘치는 글입니다. 최근에 읽었던 에세이나 지식을 풀어내는 글 중에 유머의 내공이 상당한 글들이 꽤 있더군요. 이것도 요즘 확실한 트랜드 중 하나로 굳혀진 느낌입니다. 예를 들면 마약, 과학, 미신에 대해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낸 오후 작가의 책들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네 번째는 기획의 신선함인데요. 이도저도 특별한게 없다면 독특한 시각이 돋보이는 글을 쓰는 게 중요해요. 브런치 당선작 중 미술과 경제를 연결해서 쓰는 글은 시각이 신선하다고 느꼈습니다. 기획의 신선함은 매칭의 기술에서 나오는 부분도 크더군요. 전혀 관련없을 것 같은 두세 가지를 연결해서 쓴다거나 자기만의 시각으로 지식을 풀어내주는 스토리텔링 기술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런 걸 안다고 해서 내 글이 또 드라마틱하게 확 달라지지는 않는다는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노력은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노력하다보면 글은 확실히 나아지고요. 지난 4년동안 지역에서 에세이 쓰기 모임을 해오고 있었는데 고만고만한 내 일상에서 쓸거리가 없어서 항상 고민에 빠지고 슬럼프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내 일상에는 특별하거나 남다른 일이 없는데, 어찌해야하나 싶었지요. 하지만 글을 쓰다보니 꼭 그런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를 들어 저는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데, 쌍둥이를 키우는 좌충우돌 이야기는 다른 사람이 경험해보지 못한 소재가 될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고 찾아보면 다른 사람이 경험해보지 못한, 나만의 경험이란 누구나 있겠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유리: 그럼 도대체 경험 중 신선한 이야기는 어떻게 찾아내야 할까요?
리나: 그럼 요즘 대세인 1인칭으로 나만의 경험을 풀어내는 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