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는 일에 독서습관을 붙이기
날마다 책을 읽기로 결심한 건, 독서모임을 시작한 후 3년이 지나서였다. 처음 독서모임을 시작해서 3년 정도까지는 한 달에 두세 번의 독서모임을 했기 때문에 매달 읽는 책의 권수는 많아야 서너 권이었다. 게다가 1,2월처럼 아이들의 방학이 끼어있는 달에는 모임도 쉬고, 할 일도 배로 늘어나서 한 달에 두세 권도 읽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독서모임의 개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예 책을 읽지 않았던 시기에는 어떤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는데, 몇 권이라도 읽기 시작하니 더 읽고 싶은 책이 점점 늘어났기 때문이다. 새로운 독서모임에도 가입하고, 내가 만들기도 하였다.
책을 읽다가 다른 책을 소개하면 찾아서 읽었다. 다른 사람이 "이 책은 한번 꼭 읽어 보세요' 라고 권하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시간은 한정적인데 읽고 싶은 책은 계속 늘어나니 점점 애가 타기 시작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1일 1독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책덕후’로 살아가게 될 계기의 순간이었다. 물론 자신이 있어서 시작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매일 책을 읽은 적은 그때까지 한 번도 없었는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다. 혼자 하면 분명히 흐지부지 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당시 함께 독서모임을 하던 분들께 이야기해서 하루 한 권을 읽을 분들을 모집했다. 처음부터 하루 한 권 완독은 무리라고 생각하고, 최소 한 권의 삼분의 일을 읽으면 1일 1독을 한 걸로 치기로 했다. 최대한 규칙을 느슨하게 잡아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원대한 결심과 달리 시작과 동시에 벽에 부딪혔다. 새로운 책을 매일 한 권 읽는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침부터 바빠서 밤이 될 때까지 삼분의 일 읽기는커녕 책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날들이 속출했다. 그런 날은 자정이 되기 전 책꽂이에서 제일 얇은 책을 꺼내들었다. 큰 애가 초등학교 때 읽던 책도 상관없이 골랐다. 한 달을 해보니 관건은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주변에 보면 아침 6시에 일어나 책을 읽으면서 인증한다는 분들도 보았다. 슬프게도 나는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다.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눈 뜨자마자 휴대폰부터 찾는 내가 아니던가. 다른 시간대를 찾아야했다.
공부습관 만들기 강연을 들었던 게 떠올랐다. 날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그걸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일 뒤에 붙여 습관을 만들어보라는 조언이었다. 예로 든 건 냉장고 앞에 단어 10개씩을 붙여 문을 열 때마다 외우라고 하였다. 하지만 책을 냉장고 문 앞에 붙여놓을 수는 없는 일. 그래서 내가 생각한 건 아침에 머리를 말리면서 책을 읽는 것이다. 매일 머리를 감은 뒤 책상에 앉아 머리를 말렸는데 이 때 책을 읽기로 했다. 독서대 위에 그 날의 책을 올려놓고, 머리를 말리는 동안 무조건 50페이지를 읽었다. 머리를 10분 정도 말리는데 그 시간이 길지 않지만 이렇게 하면 하루에 최소 50페이지는 반드시 읽는 셈이다. 나머지는 밤에 자기 전에 읽었다. 매일 밤 12시 전에 후기를 써서 올리는데 그 시간 전까지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으면 읽고, 그럴 시간이 되지 않으면 그 다음 날 마무리를 하였다. 이렇게 매일 책을 읽고 후기를 쓰는 습관은 1년여의 시간에 걸쳐서 서서히 만들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