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세상에 대해 궁금해 할 때
어릴 적 저는 질문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궁금한 게 생겨서 제가 질문을 하면 "그건 말이지." 하면서 자세하게 답변을 해주는 사람보다는 "왜 그런 것을 물어 보는 거야?" 라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자꾸만 해서일까요? 저의 질문에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그 후로는 혼자 속으로 질문을 하게 되었지요. 어릴 적의 아쉬움이 남아서일까요? 아이들이 제게 질문을 하면 최대한 성실하게 답을 해주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질문은 쉴새없이 계속 이어집니다. 어렸을 때는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질문을 쏟아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성의있게 답을 해주다가 언젠가부터는 일일이 답변하는 것이 점차 귀찮아지기 시작해졌습니다. 식사 준비를 할 때처럼 바쁜 시간에 질문을 하면 곧바로 답변해주기가 쉽지 않았지요. 그럴 때는 "지금 엄마가 답변하기 어려우니 잠깐만 기다려줄래?" 라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알고 있는 내용은 바로 답을 해주고, 잘 모르는 건 책을 찾거나 인터넷 검색을 해서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아이의 질문에 바로바로 대답을 해주기 버거워질 무렵, 주제를 정해 한 분야씩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나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왜 질문이 많을까요? 궁금한 게 많기 때문입니다. 처음 본 사물들이 무엇인지 궁금하고, 새로운 정보를 알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궁금한 것들이 줄어들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여유도 사라져갑니다. 저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는 일은 나이에 상관없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궁금한 게 있으면 자료나 책을 찾아서 읽어봅니다. 요즘은 영상을 찾아 보면 더 빠르기도 지요.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은 지적 호기심을 채워나가는 일입니다. 호기심은 관심있는 일을 찾아나가는 자극이 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아직 이해도 못할 텐데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중에 기억이나 할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보거나 들은 이야기를 생각보다 오랫동안 기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여섯 살 때 열광적으로 부르던 노래가 있었습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이란 노래입니다. 아이들이 한 번은 좋아하고 넘어가는 노래이지요. 가사가 1절부터 4절까지 길게 이어지는 터라 이렇게 긴 가사를 과연 외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신기하게 몇 번 따라부르더니 목청 높게 부르곤 했습니다. 문득 가사의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대부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가사의 의미를 설명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단군이 나라를 세운 고조선이 우리나라의 시초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주몽 이야기, 혁거세 이야기 등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초롱초롱하게 눈을 반짝이며 듣더군요. 그 해 개천절이 되었을 때 단군 이야기를 물어보았더니 잊지 않고 자세히 기억하고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단순히 책만 읽어주는데서 그치지 않고 책을 매개로 주제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바로 내용을 이야기 나누게 되면 거부감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읽은 직후보다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예를 들면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 경우도 있었습니다. 밥 먹는 시간을 사랑하는 아이들이므로 장소를 이탈하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방에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가버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 식사가 끝날 때까지 라는 시간적 여유도 확보할 수 있었으니까요. 가장 흔한 방식은 자연스럽게 질문을 하면서 시작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서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게 되고, 어느덧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집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덕분에 저도 관련 책을 여러 권 찾아 읽어보게 되면서 독서의 습관도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었던 셈이죠.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걸 깨닫기도 했고, 조금씩 알게 되니 더 궁금한 것도 많아지더군요. 처음에는 제 질문에 주로 답변을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반대로 저에게 설명을 해주는 일이 더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수학, 과학, 역사 분야의 내용들은 오히려 제가 아이들의 설명을 듣는 쪽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대해 궁금해 하고 호기심을 왕성하게 가지며 질문을 하기 시작할 때, 이 시기를 놓치지 말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