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넌 꿈이 뭐야?”
“나? 어젯밤에 꿈 안 꾸었는데.”
“아니 그것 말고. 뭐가 되고 싶은지 말이야.”
“글쎄.”
“난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어.”
아이들이 거실에서 주고받는 대화 소리가 방문너머로 들려옵니다. 그냥 흘려듣다가 대화를 나누는 태도가 사뭇 진지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해 귀를 기울였습니다. 나중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군요.
평소와 다르게 장난기 없이 진지하게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노라니 그새 이렇게 자랐구나 싶습니다. 큰 아이는 책 읽기를 즐겨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좋아하는 아이인지라 작가가 되고 싶었나봅니다. 그 말을 들은 둘째 아이는 자신의 꿈은 삽화가라고 들려줍니다. 평소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시간이 나면 세밀화를 그리곤 합니다.
그 후 며칠이 지나 미술시간에 만들었다며 부채를 들고왔습니다. 부채의 앞뒤에 그림이나 글을 써서 꾸미는 활동이었는데 큰 아이가 가져온 부채에는 앞뒤로 글이 적혀있습니다. 무엇을 적은 것이냐고 물었더니 앞면은 『데미안』의 구절을, 뒷면은 윤동주의 시 「별헤는 밤」을 썼다고 합니다. 며칠 전 『데미안』의 구절을 적은 후에 그 다음을 이어서 적는 걸 본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때 구절을 외웠나봅니다. 문장을 잘 외우지 못하는 편인 저는 신기해서 이렇게 말을 건넸습니다.
"데미안을 외워서 쓰는 초등학생은 몇 명 안 될 거야. " 라고 말하니 "아마 백 명도 넘을 걸요" 라고 시큰둥하게 대꾸합니다. 그래서 " 아니야. 나도 그 구절을 외우지 못하는데 이걸 외워서 적은 너는 진짜 대단한 거야. " 라고 말했더니 저에게 " 엄마는 왜 못 외우세요?" 라고 물어봅니다.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 우물쭈물하다 "그러게." 하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각자 재능의 씨앗이 커카면서 꽃을 피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