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것과 아끼지 않는 것들

by 책읽는 리나


얼마 전 쇼핑에 관련한 두 권의 책을 연달아 읽은 적이 있다. <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와 <돈 지랄의 기쁨과 슬픔> 이다. 나는 쇼핑에 대한 책을 읽는 게 상당히 버겁다. 왜냐하면 쇼핑을 즐겨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사람들을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과 즐겨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눈다면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편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물건을 사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심리적 고통과 압박감이 있다. 지금 있는 걸 아껴쓰면 되는데 새 걸 사는 게 싫고, 산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기존의 물건을 정리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물건을 잘 정리하지 못하기 때문이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편인지라 오래된 물건도 많이 가지고 있다. 특이하게 옷을 사도 새 옷을 바로 입는 게 아니라 그냥 원래 있는 옷을 입는다. 이런 모습을 보고 그럼 왜 옷을 사느냐 라고 하는 묻는 사람도 있는데 그냥 새 옷을 사서 묵혀 두는 게 더 기쁨이 있다. 지금은 입지 않지만 언젠가는 저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라고나 할까. 쇼핑을 좋아하는 분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뭔가를 비축해두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 아껴두고, 비축해두는 데에서 오는 기쁨이 더 크다고나 할까. 옷은 보통 그 해에 자주 있는 옷 몇 벌만 꺼내놓고 돌아가면서 입는다. 그래서 옷장에 있는 옷들 중 절반 정도는 아예 그 해에 입지 않고 지나갔다가 그 다음 해에는 그 옷을 꺼내 입는 식이다. 작년에는 잘 입지 못했던 옷을 올해 잘 입고 다니면 또 기쁜 마음이 생긴다. 작년에 산 롱조끼를 제대로 입지 못했었는데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올해는 또 매일 입고 다니면서 마음에 들어하고 있다.



문득 생각해보니 나의 행동전략은 대부분 '최소화'에 맞추어져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부분의 많은 것을 아낀다. 가장 크게 아끼는 것은 '에너지'다.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일은 대부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의 종류는 개인마다 다르다. 다른 사람에게 에너지가 별로 들어가지 않는 일이 내게는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고 반대도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과 관련해서는 끊임없이 일을 벌이는데, 이건 다른 일에 비해 덜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내가 아끼지 않는 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제일 안 아끼는 것은 '말'이나 '대화'이다. 말을 좀 줄여야한다고 매번 생각하는데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다. 하다보면 계속 하게 된다. 대신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할 말은 그래도 많이 줄였다. 직설적인 말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최근에 아끼지 않은 것은 '잠'이 있다. 날이 추워지니 아침에 일어나기가 더 힘들어졌다. 잠은 자면 잘수록 더 졸린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아끼지 않은 것은 '책'이다. 요즘 책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놓고 읽지 못한 책들이 계속 쌓여만 간다. 뭐, 언젠가는 읽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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