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곰'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

by 책읽는 리나

스웨덴 사람들의 정서나 가치를 표현하는 말 중에 '라곰'(lagom)이라는 말이 있다. 라곰이라는 단어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로 쓰일 수 있어, 정해진 뜻이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적당히, 중간의 의미로 해석된다.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않으면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의 의미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TMI가 있다. 라곰을 읽다보니 이 단어가 떠오른다. 나는 침묵의 인간은 아니지만 이런 라곰이 참 마음에 든다.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이 너무 많이 쏟아지는 요즘에 특히 이 라곰의 정신이 간절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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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은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해서 성립된 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단어는 ‘팀을 둘러싼’을 뜻하는 ‘라게트 옴(laget om)’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이 말의 어원은 바이킹들이 약탈을 마친 후 모닥불을 피워놓고 빙 둘러앉아, 뿔로 만든 잔에 벌꿀술을 돌려가며 마셨는데 모두가 공평하게 한 모금씩 마시려면 한 사람이 다 마시지 않고 다음 사람을 위해 남기는 배려를 뜻한다고 한다. 스웨덴은 이러한 공동체주의와 개인주의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하는데, 한 나라의 사회문화적 환경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지점이다.



덴마크에 '휘게'가 있고, 스웨덴에 '라곰' 이 있듯이 그 나라의 문화나 가치를 담는 단어들을 찾아보는 일은 흥미롭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대표하는 단어에는 어떤 게 있을까? 언뜻 떠오르는 단어가 많지 않다. 전통적으로 오랫동안 전승되어온 단어에는 "한" 과 "정" 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에 "한"이 우리 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한다고 하기에는 시대에 맞지 않아도 한참 맞지 않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근로시간이 긴 나라이면서도 반대로 가장 노는 시간이 긴 나라 라는 말을 들었다. 일이 끝나도 밤늦게 까지 논다.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놀면서 풀려고 하기 때문이다. 충분히 공감한다. 유럽은 금요일 6시 이후부터 주말은 놀고 싶어도 가게들이 문을 닫는 곳이 많다.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24시간 놀 거리가 충만하다. 체력만 된다면 밤새 놀 곳은 넘쳐난다. 오죽하면 "스웨덴,호주, 캐나다 등은 재미없는 천국이고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 이라는 말이 있을까. 이러니 한국은 더 이상 "한"의 나라라고 말할 수 없다. "정"도 개인주의사회화 되면서 조금씩 쇠퇴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단어는 뭐가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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