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by 책읽는 리나

아이들과 밥을 먹으면서 음식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걸 즐겨한다. 음식에 대해 관심이 많은 아이들은 식료품에 대한 역사부터 시작해서 음식에 관한 영화나 책도 좋아한다. 가끔씩 나누는 대화 중 한 가지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15년동안 군만두를 먹고 살았는데 만약 (정말 만약이다) 한 가지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뭘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다. 우리는 늘 진지하게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선택할 수 없는 음식의 리스트를 신중하게 지워나간다. 느끼한 음식도 안 되고 (군만두는 당연 두 끼도 연달아 먹을 수 없다) 매운 음식도 안된다. 계속 제외해나가다보면 결국 남는 게 별로 없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오래 전에 읽은 일본 소설 다카노 히데유키의 <와세다 1.5평 청춘기>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지금은 절판되었다. 2006년 작품)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소위 병맛 소설이다. 저자도 특이한 이력을 가졌는데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 역시 모두 특이하고 괴짜이다. 와세다 대학 앞의 노노무라 자취집 1평과 1.5평에 살아가는 여러 군상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자취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 가지 음식을 해서 10일씩 먹는 수전노 캐릭터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는 바퀴벌레 지나다니는 소리조차 시끄럽다며 집주인에게 항의하면서도 정말로 돈을 아끼는 수전노 캐릭터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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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렇게 해먹었던 음식으로 두 가지가 기억나는데 하나는 카레였고, 하나는 스튜였다. 한때 나도 일본식 카레를 좋아해서 열심히 먹은 적이 있었는데 만약 10일을 계속 카레만 먹으라고 하면 절대 못 먹을 것 같다. 아니, 이틀도 먹을 수 없다. 한 가지 음식으로만 10일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음식을 골라야 할까? 음식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은 있다. 음...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이 주제로 아이들과 매번 대화가 가능한 이유는 정말 고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10일 동안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으로 계란김치비빔밥을 선택할 것 같다. 김치, 계란, 간장, 참기름만 있으면 된다. 오늘 김장을 했다. 김장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다 하는 건 아니고, 엄마가 김치 양념을 보내주시면 절임배추를 사서 버무리는 정도이다. 어릴 적 겨울방학때면 점심을 집에서 혼자 먹는 날이 많았는데 겨울이면 김치와 밥을 간장에 비벼서 겨울 내내 먹었다. 그러니 지금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 가지 음식으로 10일을 먹어야 한다면 뭘 먹어야 할까? 라는 고민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 같다. 정말 정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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