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을 사랑합니다.

팥빙수에 대하여

by 책읽는 리나


오늘은 달달한 팥에 대해 적어본다. 다음주가 딸아이의 생일이라서 선물을 사러 백화점을 다녀왔다. 팥빙수를 먹으려고 올라가보니 2.5단계라서 테이크 아웃만 된다. 테이크 아웃을 해서 팥빙수를 먹었다. 달달한 팥을 먹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언제부터 팥빙수를 좋아했던가 기억을 더듬어본다. 대학교에 들어오기전까지는 팥빙수라는 음식을 전혀 몰랐던 것 같다.


서울로 대학을 온 후, 학교 앞 분식점에서 처음 팥빙수를 접했을 때의 그 기쁨과 놀라움이란. 그때는 지금처럼 팥빙수가 비싸지 않아서 밥값의 오분의 1도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학교 앞에는 유명한 빙수집이 있었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는 집으로 내려가 여름을 보냈는데 매일 먹던 팥빙수를 먹을 수 없어 안달이었다. 눈물나게 그리웠다. 그래서 기회만 있을 때마다 시내에 나가 팥빙수를 사먹었다.



20190818_204048.jpg 왼쪽빙수 이름은 까먹었고 오른쪽은 밀크빙수




20190818_152354.jpg 심플한데 맛있다




20190804_184505.jpg 오늘 테이크 아웃한 빙수는 과일빙수 . 저 안에 과일 있다.



팥은 나에게 심리적 위안을 준다. 하지만 나는 팥을 단 한번도 사본적도, 삶아본 적도 없다. 이래서야 어디 팥이 나의 영혼을 달래준다고 말하기에는 여간 부끄럽지 않다. 하지만 내 영혼을 달래주려면 나의 노동력과는 완벽하게 분리되어야 한다고 억지 주장이라도 해본다.


팥빙수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팥으로 하는 모든 음식들은 모두 좋아한다. 팥빙수가 맛있다고 하는 곳은 시간을 내서라도 달려가 맛을 본다. 외롭고 힘들고 피곤할 때면 불현듯 팥으로 만든 음식들이 떠오른다. 외로운 타국생활을 하면서 한국 빵집에서 단팥빵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뻐했던지. 단게 당길 때면 어김없이 단팥빵을 먹는다. 유명한 단팥빵집도 잊지않고 이름을 기억해둔다.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먹어보리라 다짐을 하면서. 팥빙수와 단팥죽이 맛있는 곳은 리스트를 만들어 가지고 있어야겠다.


팥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특유의 달달함이 좋아서일 것이다. 팥은 사시사철 맛 볼 수 있어서 좋다. 여름의 시원한 팥빙수와 겨울의 따뜻한 단팥죽까지. 계절에 관계없이 먹을 수 있다. 팥은 조금 독특한 식물이다. 유럽에서는 팥이 재배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지금도 팥의 주산지는 중국, 한국, 일본이다. 전에 롯데리아의 팥빙수가 처음 중국에 들어갔을 때, 팥빙수를 먹기 위해 몇 백미터의 줄을 선 중국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중국은 알다시피 차가운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 심지어 맥주도 시원하게 먹지 않고 실온에 놔두었다가 먹을 정도이다. 그런데 빙수를 먹기 위해 줄을 선다는 게 신기했다.


앞으로도 힘들거나 피곤할 때 내 영혼을 달래줄 하나의 음식은 팥이 차지할 것 같다. 이번 동지에는 팥칼국수를 먹어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