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와 저탄고지 입문 계기 1
최근 내 삶의 화두는 '저탄고지' 와 '미니멀라이프' 이다. 특히 미니멀라이프의 경우, 평생 가져가고 싶은 신념 같은 것이기도 하다.
미니멀라이프와 저탄고지를 접하게 되면서 느끼는 것은 두 가지 모두 '많이 소유하라' '많이 먹으라' 등등.. 끊임없이, 그리고 쉴 틈 없이 오감을 자극하는 세상의 주입에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이 판단하고, 오로지 스스로의 결정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가장 많은 빈도와 넓은 면으로 접하게 되는 미디어 속의 광고는 집요하다. 알아 채지도 못할 만큼 다양한 곳에서 우리를 설득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다. 부러워하게 만들고, 우월감을 내세우며 차별을 조장하며, 협박하여 불안을 가중하고 공포심을 유발한다. 피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어렵다.
따라서 저 두 가지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것들에 흔들리지 않을만한 의지와 실천력이 필요하다. 흘러가는 대로 쉽고 편하게, 물 흐르듯 광고나 타인의 취향 같은 대세에 따르자면 지킬 수 없는 삶의 방법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본과 그 권력에 저항하는 삶이자, 스스로 삶의 주인이고자 하는 주체성을 향한 작은 발걸음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특히 '미니멀라이프'의 경우, 해당 단어가 생기기 전부터 비슷한 생활 방식을 선호해 왔는데, 잦은 이사와 오랜 여행을 통해 내겐 생존의 한 방법으로 체화된 것이 아닐까 한다. '미니멀라이프'라는 단어가 생기면서 관련 서적과 카페를 통해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된 요즘, 정보에 대한 쉬운 접근성이 반갑고 또 그저 그런 하나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미니멀 라이프야 말로
전 세계 60억 인구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삶의 방식
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간소할수록 (빈곤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리라 믿는다) 자유로워진다는 문장은 모든 진리가 그러하듯 심플하다. 곧 만고 불변한 진리가 되지 않을까. (순전히 내 생각)
오랫동안 인도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분명 바셀린이 있는데도 인도에 와 보니 너무 저렴해서 하나 더 사고, 히말 xx 화장품이 좋으니 또 사고 배낭여행자 주제에 클렌징, 스크럽, 머드팩, 샤워폼, 바디, 풋크림 모두 종류별로 모두 구비. 오, 여긴 향료가 좋네? 그럼 이것도 겟! 앗싸 물가 완전 싸다 헿헿ㅎㅎ 그렇게 배낭의 무게는 야금야금, 결국 30kg에 육박했다. 이동하는 날이면 어깨에 피멍이 들었기에 짐을 간소화하고 싶은 의지는 있었으나 방법을 몰랐다.
시끄럽고 탁한 공기와 너무 많은 사람들, 씨름하지 않으면 하나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여행의 모든 일정 속에, 도둑맞지 않기 위해 늘 함께 해야 하는 무거운 나의 짐에 대한 걱정까지. 덕분에 몸과 마음이 동시에 괴로웠다. 배낭의 무게는 전생의 업의 무게인 듯 나를 짓눌렀다. 반복되는 이동 속에서, 나는 내일이면 또 바위를 굴려야 하는 시시포스였다. 그것도 스스로 선택한!
1년을 계획한 인도 여행이 반 정도 지났을 무렵 지치고 지쳐 백기를 들고, 여행을 '깔끔히 포기' 하기로 동행과 합의했다. 인도의 서쪽 가장 끝에서 동쪽 가장 끝까지 한 번에 기차로 횡단하는 표를 끊었다. 인도 땅덩이의 거대함.. 비행기표는 너무 비쌌고 떠나고 싶은 마음은 컸기에 확고한 결심으로 기차를 선택했다.
떠남의 이유는 여행의 고단함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여행이 길어지고 짐이 늘어나면서 자꾸 떠나온 집 정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귀국하면 무얼 어떻게 정리하겠다고 틈틈이 메모까지 할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실제 물리적 물건에 대한 정리 욕구와, 삶에 대한 정리 욕구가 함께 결합된 시기였던 것 같다. 그러한 이유로 그토록 강력한 '정리 욕구' 가 솟구쳤기에 과감한 여행 중단을 (단지 집 정리를 하려고!) 선언하고 깔끔히 여행을 중단했다.
인도 기차가 그렇듯 연착이 일상이라 캘커타 까지만 3일이 넘게 걸렸다. 동쪽 가장 끝으로 간 이유는 방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였다. (방콕--> 한국 루트로 돌아오기 위해) 기차를 타기 전, 그리고 기차를 타며 이동하는 동안에도 아꼈던 물건들, 그러나 한국 가면 쓸모가 없어지거나 혹은 쓸모가 덜해질 것들을 만나는 여행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애지중지했던 가이드북을 다른 사람에게 줄 때, 같이 있던 일행이 나에게 큰 맘먹었다고 할 정도였으니 웬만한 것은 남기지 않고 털었다. 가이드북은 여행 전 선물로 받은 것이기도 했고 몇 달을 손에 들고 필기해가며 본 책이라 좋은 추억이 될 수 있겠지만,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하는 여행자에게 분명 더 유용하게 쓰일 터였다. 여러 물건을 보내며 마음은 허전했지만 추억과 미련만 맘속에 남기고 과감히 배낭을 비웠다. 몸이 가벼워졌고 나중엔 이상하게 마음의 헛헛함까지 즐기게 됐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집 정리를 시작했다. 모든 걸 다 정리하고 싶은 이놈의 정리 욕구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1. 옷방으로 꾸며놨던 방에서 안 입는 옷은 과감히 다 주거나 버리고
2. 세탁이 어렵지만 아까워 가지고 있었던 것도 처분
3. 오래된 티브이도 헐값에 처분했고, 오래된 받침대도 주인집의 허락을 맡아 과감히 폐기처리
4. DVD 콤보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다
생각해 보면 여행할 때 배낭 하나로 충분히 살아졌었으며, 필요 없는걸 이고 지고도 모자라 둘러메고 다닐 때엔 정말 진심으로 간소하게 살기를 바랐다. 그럼에도 나는 짐을 줄이지 못했고, 이동으로 이루어진 여행에서 짐을 싸고 이동하고 푸는 행위가 짐의 가짓수와 비례해 번잡해질수록 스트레스였다. 여담이지만, 이후 여행에서 정말 작은 배낭 하나로 여행하는 분을 봤는데 모두 그분을 '여행 고수'라고 부를 정도였으니... 진정한 여행 고수는 대부분 배낭이 작았다.
그렇게 살 다가, 또 몇 번의 이사를 하며 시간에 휘발된 정리 본능을 잊고 살며 (그때는 미니멀 라이프라는 단어가 없었다) 얼마 전 이사를 하게 됐다. 평수가 작지 않았고, 짐이 많았는데도 필요한 (것이라 생각되는) 것들을 열심히 사들였다. 짐을 풀며 느낀 건데, 쟁여놓은 화장품은 또 왜 그렇게 많던지, 포장도 안 뜯은 옷은 왜 나오는 건지?? 가구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핑계로 짐을 풀지 않고 지내는 동안이 너무 스트레스였다. 아마 쌓인 짐을 보는 것과, 풀지 못할 정도의 양이라 엄두가 안나는 것이 스트레스의 이유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필요한 옷장, 서랍장, 소파 등등.. 열심히 사고 조립하며 집을 꾸몄다.(고 생각했다)
침대와 화장대를 사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다행히' 미니멀 라이프 카페를 알게 됐다. 오 마이 갓.
카페를 보며 잊고 살았던 정리 본능이 떠올랐으며, 물건에 치이는 것에 대한 피곤함이 새삼 상기됐다. 상황을 직면하기 시작했다. 이사를 마치고 나서도 나는 박스들을 며칠이나 방치했던가!! 모든 이유는 핑계였다. 과감히 이사용 플라스틱 박스부터 풀었다.
이사 박스를 비롯해, 더 이상 다니지 않는 수영강습에서 쓰던 핀을 중고 xx 나 지역 카페에 판매했다. 미련 없이 새로 산 서랍장을 처음 보는 대리 기사분과 전 직장 동료에게 나눔 했고 (드라마 예쁜누나에 나오는 빨간색 그 서랍장ㅎㅎ), 세계 여행을 떠난다는 요가반에서 만난 남아공 친구에게 정든 배낭과 자물쇠와 같은 여행 용품을 챙겨 주었다. 눈에 보이는 '나에게는' 필요 없는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책도 반 정도 처분 완료. 헐값에 중고서점에 팔기 아까운 책은 취향을 고려하여 메모와 함께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아직도 비울 건 여전히 많다.
그러나 늘 잊지 않고 있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것에 에너지를 쓰는 일이 얼마나 피곤한지를. 그래서 나는 여전히 물건을 들이는데 신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쓸모가 명확하지 않은 것은 반품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구매를 취소한다. 선물이나 사은품의 경우 이유를 간결히 설명하고 정중히 사양한다.
이전보다 그나마 삶이 간결해졌다.
나의 미니멀 라이프 역사는 이렇게 흘러 왔고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다만,
결벽에 가깝게 무언가를 비워내야 한다는 강박 자체에 시달리지는 않되, 늘 마음에 새겨 평생을 가져갈 가치로 삼으려 한다. 하나의 습관으로 체화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간결함 쪽으로 수렴 해 가는 삶.
정말 최소한의 것만 소유함으로써 얽매이지 않으므로 진정한 자유로움, 몸과 마음이 모두 그러한 상태.
이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미니멀 라이프의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