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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떠돌이 May 30. 2018

여권 6

아일랜드에서 기네스 마시면서 먹방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며 여행기를 써 보려 했지만 에라 모르겠다. 현재 맥주에 대한 갈망이 너무 크므로 이번엔 아일랜드 먹방 편. 아일랜드 하면 기네스! 기네스 맥주!!!!!!!!!!!!!!!!! 하프모양 그 기네스!!!!!!!! 심지어 아일랜드에는 기네스 모양의 호수도 있다! 기네스에 의한, 기네스를 위한, 기네스의 나라!


느닷없지만, 나는 맥주 덕후임을 고백한다.

맛있는 맥주를 사랑하며 맛없는 맥주도 좋아한다. 눈 앞에 있으면 벌컥벌컥 들이켠다.

현재 저탄고지를 실천하는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맥주를 마시지 못하는 것!!!!!!!!! (신기하게도 그토록 좋아하는 면, 밥 다 참아진다. 근데 맥주만은.. 흑.. 정말 돌아버릴 것 같다)


맥주.. 아… 그 이름만 불러도 심장이 튀어나올 듯 반가운 맥주..


사실 저탄고지 중에도 맥주를 마시긴 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맥주 중 가장 저 탄수화물 함량이라는 밀러 라이트를 마시고 있지만 저탄고지를 한다면 안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초기엔 어떤 알코올이라도 키토시스 진입을 방해하므로 알코올 금지. (라고 쓰며 한 달이 지난 나는 키토시스 상태 진입이 된 걸까? 생각해본다. 안된 듯.)


저탄고지를 공부하다 보면 키토식(저탄고지 식단)에 적합한 음식이 수치화 되어있는 사진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밀러 라이트보다 왼쪽에 위치한, 탄수 함량이 낮은 맥주를 적어보자면 아래와 같으나 한국 어디에서도 팔지 않는 것 같다.. 또르륵.. (링크 사진은 혹여나 문제 될까 퍼오지 않음)


Budweiser Bud Select 55 Lager Beer
Michelob Superior Light Beer
Budweiser® Select Beer
Busch light
Natural light


진심으로 롯데주류나 기타 수입 판매처에 유통 문의를 해 볼까 한다. 당질 제한식이 발달되어 있는 일본은 식단은 물론이고, 제로 탄수화물 맥주가 다양한 종류로 출시되어 있다. 문제는 대부분 아사히 같은 극우 기업^ ^


그러나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나의 최애 맥주는 단연 기네스이다.


나는 정말 기네스를 좋아한다. 그 묵직한 느낌이 너무나 좋고, 쌉싸름하고 달콤하며 고소한 맛도 좋다. 호주 친구는 기네스가 마치 “meal” 같다며 무거워서 싫다고 했는데 나는 이런 무거운 종류의 맥주가 너무 좋다. 주로 밀 맥주들. 막 탁하고 묵직한 그 맛을 베이스로 하는 맥주들. (그래서인지 블랑도 맛있어서 편의점에서 보이는대로 쟁여놓곤 했다)



공항 환승을 해야 할 때나 어딘가를 여행할 때 아일랜드의 상, 그래서 아이리쉬 펍에서도 볼수있는 초록색 클로버 마크가 보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들어가서 기네스를 마신다. 대부분 아이리쉬 펍 이름이 맥 펍인 건 우연인 건가?

나의 최애 기네스. 거품이 올라 오도록 기다렸다 마시라는데, 나는 거품이 다 안 올라온 상태에서 마시는 게 너무 맛있다..


공항에서는 가장 큰 잔 기준 15000~20000원 선, 일반 펍에서는 10000원 안팎. 더블린에서는 4.9 유로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더 올랐겠지. 무튼 가격이 대수랴, 생 기네스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기회인데!!!! 다음 달의 나에게 결제를 부탁하며, 일단 카드 긁는다. 마시고 또 마신다. 이럴 때만큼은 현재의 행복에 충실한 삶 카르페디 그 자체다.


사람들이 영국 맥주라고 오해하는 기네스는 아일랜드의 맥주이고, 영국은 맛없는 요리의 나라로 유명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 할 지라도, 옆집 아일랜드는 엄연히 다르다.


내가 아일랜드에서 처음 기네스를 마신 곳은 작은 슈퍼 하나도 먼 아주아주 작은 시골이었다. 심지어 술을 파는 펍 옆 창문을 통해 과자나 음료를 사러 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 그런데 컵을 닦는 바텐더이자 서버 아저씨의 무엇에든 “치얼스”를 외치는 분위기가 너무나 유쾌해서 즐거운 곳이었다. 잔 건네며 치얼스, 과자 주면서도 치얼스, 계산하면서도 치얼스. 컵 하나도 웃으며 프로페셔널한 손놀림으로 리드미컬하게 닦는 그 모습이 사실 너무 멋있어 보였다.


바로 그 시골 펍에서 먹어본 조개숩은 조개관자가 아주 춤을 췄고 간도 딱 맞게 부드러운 맛을 냈으며 훈제 연어는 보들보들 하다 못해 고소한 맛 까지 냈다. 샐러드의 드레싱은 세상에 처음 먹어본 그런 맛이었다. 친절하게도, 혼자인 여행자를 위해 모든 메뉴를 절반 사이즈로 요리해 주었다. 어떤 메뉴에 절반 사이즈라고 표시되어 있는 걸 보고 다른 요리도 Half size 가능하냐고 했더니 친절하게 OK 해준 것. 내가 사랑하는 기네스와 함께 모든 요리를 다~~~~ 먹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김제동이 그랬던가? 술 보고 음식 생각나면 일반인. 음식 보고 술 생각나면 주당. 그렇다 나는 주당이다!! 게다가 대식가!! 혼자서 대낮부터 기네스를 여섯 잔이나 마시고 요리도 몇 접시씩 먹어 치우는 낯선 얼굴의 여행자를 보며 바텐더 아저씨는 와우 와우 와우를 연발하며 소소하나 필요한 서비스들을 꼼꼼하게 챙겨 주었다.


그러므로 아래부터 먹었던 메뉴 소개. 여행하면서 사진을 많이 찍지 않은 것이 매우 후회된다.

이 집 정말 짱이었는데.

저 오동통하다 못해 살이 비집고 나온 집게발은 육즙 좔좔.. Claw, 내 영어공부의 9할은 메뉴 이름 검색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집에서 직접 구운 빵. 버터를 올려 먹으면 기절할수있다
사진으로 보이는 새우 사이즈가 다가 아니다. 꼰 몸을 풀면 대형 새우 아주 식감이 쫜득쫜득하여 육즙 폭발하는
클렘차우더 슾. 근데 조개관자 건더기가 반인건 안비밀. 술먹으면서 해장했다 덕분에 더마셨다
이 연어는 노르웨이의 것인가?! 내가 아는 그 맛이 아닌데? 무엇보다 샐러드 드레싱이 난생 처음 먹어본 기막힌 맛이었다
누가 피쉬앤칩스 맛없다 했나.. 아냐.. 여긴 달라.. 아일랜드는 달라..


이 펍은 밤이면 재즈 연주도 한다고 했는데, 낮술로 이미 코알라가 된 나는 그냥 호스텔에서 뒹굴며 저녁을 보냈다. (사실 영어 공포증으로 호스텔 친구들과 동행하기 어려운 마음 반 정도 있었음을 고백..)

생각해 보니 이 작은 동네는, 호스텔 주인마저 친절한 곳이었다. 길마다 보이는 그림 같은 집에는 B&B 간판이 있었는데, 기회가 되면 꼭 묵어보고 싶다. 선선한 바람과 햇살, 그림같은 풍경에 그림같은 집. 그리고 맛있는 술과 음식.

여기가 바로 천국!!


마지막으로, 위스키 종류를 묻는 내게 (무라카미 하루키에 심취해 있던 시절) 친절히 필기까지 해주며 위스키 종류와 맛을 알려주신 아저씨와, 한량 같은 겉모습과 달리 행동에는 자연스러운 메너와 절도가 베어있던 멋진 청년의 사진을 투척한다. 덤으로 작은 마을의 평범한 길거리 풍경도!


멋있는 청년과 뇌섹남 아저씨
인구 밀도 낮은 흔한 시골 풍경



이대로 떠나기 아쉬워 ㅜㅜ  아쉬워서 떠나는 날 공항에서 먹은 아일랜드 식 아침식사

이것도 맛있었다 헿헿// 사랑해요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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