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쁘고 가여운 우리 강아지
너는 처음 올 때부터 유난히 눈망울이 귀여운 아이였어.
유기견을 입양하는 사회적 인식이 없던 때라 언니는 너를 애견샵에서 보고 한눈에 반해 데려왔지. 생각해보니 너의 어미도 철장에 갇힌 농장견이었겠구나. 가슴이 쓰리다.
너를 본 당일은 데려올 여건이 안돼서, 애견샵 주인에게 이 애만은 꼭 분양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까지 하고 왔다더라. 주인의 선의 때문인지, 뒷발 발가락에 문제가 있어서인지 넌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어. 많은 애견이 그렇게 분양되듯 너는 언니의 옛날 남자 친구가 언니에게 준 선물이었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도 떨린다.
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날까지 건강하고 편안하게 살아 주었으면 하는데 혹시나 이 글의 어떤 작은 기운이라도 널 아프게 할까 봐. 나는 어제 잘 때에도, 오늘 출근을 하면서도 기도한단다. 네가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너는 네가 얼마나 특별한 강아지인 줄 모르겠지.
귀여운 외모는 둘째 치고, 유난히 큰 귀 때문에 코끼리 점보처럼 귀로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았어. 성격은 얼마나 순한지 사람을 물어보기는커녕 미용을 하거나 발톱을 깎을 때 실수로 피가 철철 나도 내색을 않는 아이.
병원에 데려간 널 보고 수의사 선생님은 특별하게 순한 아이들이 있는데 네가 그렇다고 하셨다. 말도 어쩜 잘 듣는지. 배를 보이는 자세로 뒤집어 놓으면 그대로 멈춰 있는 순둥함, 손 발 빵야는 기본에, 지금도 너를 부르면 힘든 몸을 이끌고 억지로라도 내게 와 주는 힘든 걸음을 보며 너의 영혼은 얼마나 맑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15살. 나보다 몇 배의 세월이 빠르게 흐르는 너에게 지금은 말도 할 수 없게 힘든 노년이겠지.
나는 몇 번씩 만약을 생각한다. 네가 조금만 엄살이 심했다면, 그래서 아프다고 짖기라도 했다면, 혹은 언니가 조금만 더 널 주의 깊게 봤다면, 배가 나온 걸 그냥 살찐 거라고 치부하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만약에, 만약이 있다면, 조금만 병원에 더 빨리 갔더라면. 셀수없이 많은 만약 속에서 큰 눈망울만 껌뻑이며 가만 - 있는 네가 가엾어 나는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데려간 병원에서 얻은 결과는 말할 수 없이 커진 간의 종양. 수술도 안되니 그냥 맛있는 거 주고 여생을 편안히 보내게 해주라는 충격적인 말. 추측하건데, 농장견인 어미에게서 건강한 새끼가 나올 수 없었을 테고 거기서 태어난 너는 평생을 피부병을 앓아왔다. 옛날에 너를 위한다고 먹였던 많은 스테로이드 약들이 너의 간에 부담을 주지 않았을까 짐작만 할 뿐. 그렇게 아픈 노견이 된 너는 커져버린 간 때문에 배가 솟아 누워서도, 숨을 쉴 때에도 힘들어한다. 그나마 네가 좋아하는 배 쓰다듬어주는 동작을 해주고, 잠시 멈추면 다시 해 달라고 발을 약하게나마 움직이며 채근하는데 그것이 너무나 반갑다. 작은 생기라도 너의 살아있음에 대한 신호가 얼마나 귀하고 반가운지. 얼마 전 나 혼자 산다의 전현무 강아지 또또를 보면서 나도 같이 울었는데 내게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병원을 가도 늘 건강하다 그랬는데 너는..
내 이쁜 강아지야
내 삶을 십 년쯤, 아니 이십 년, 아니 삼십 년 아니 그 이상이라도 상관없다 부디 너에게 나눌 수만 있다면. 나의 십 년이 너의 일 년으로 치환되더라도 좋다. 내 삶을 너에게 줄 수만 있다면, 힘들지 않고 건강하고 온전한 삶의 시간을 너에게 더 줄 수만 있다면. 제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하루에도 몇 번을 이런 생각을 해 본다. 혹시 어디선가 마음 약한 신이 듣고 있지 않을까, 해서.
네 소식을 듣고, 너의 주인인 나의 언니에게 이제 평생 먹어온 사료는 그만 먹고, 저탄고지 식단을 하는 행복한 키토견으로 살다 가게 해 달라고 말했다. 언니에게 키토식을 가르쳐주고, 고기를 사서 보내주는 일 밖에 할 수 없지만 고기를 먹으면 네 눈이 반짝거린다는 말에 또 가슴은 뜨겁고, 행복하고 서글프다.
.
.
.
고기 많이 보내줄게, 내가 계속 보내준다고 했거든. 그 시간이 길었으면 좋겠어. 네가 오래 살아서 내가 고깃값으로 돈을 엄청나게 써도 괜찮아. 너의 소임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주는 거야 복아.
모든 주인들과 가족들이 어떤 방법으로든 마지막이 다가옴을 실감할 때쯤 느낀다는 감정들을 우리도 오롯이 느끼고 있어. 미안함과 죄책감, 애틋함, 고마움. 주지 못한 사랑에 대한 후회와 못다 한 이 큰 사랑을 어떻게 너에게 보여주고 느끼게 해 줘야 하는가 하는 어려움.
제발 건강해줘. 너에게 너무나 어렵겠지만 널 보는 우리의 유일한 소원이란다.
사랑한다 내 강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