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기 위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늙음이란>
내게 인생의 바이블 같은 책이 있다면 '포르토벨로의 마녀'이다.
그 책은 대학 때 짝사랑했던 선배와의 달콤한 연애 후 선배의 새로운 여자 친구 등장으로 인해 비참하게 뻥 차인 나를 정신적으로 위로해 주었으며, 영알못인 내가 난생처음 긴 배낭여행을 떠나도록 등 떠밀어 주었다. 심지어 여행의 첫 목적지도 그 책에 나오는 장소였다. 지금도 가끔 마음의 힘을 얻고 싶을 때 펼쳐 보기도 한다.
이런 책이 한 권 더 있는데, 내가 되고 싶고 닮고 싶은 모든 면이 이 책에 무심하게 펼쳐져 있어 정말이지 완전 강력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키라 살락의 '팀북투로 가는 길'. 이 두 권의 이야기는 다른데서 하기로 하고..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말 그대로 잊지 않기 위해서 이다.
사람의 망각이란 얼마나 강력한 능력인지 보고 또 봐도 이게 뭔가 싶을 때가 인생의 대부분이므로.
(사실, 사랑에 빠진 나는 그의 모든 말투와 제스처를 잊고 싶지 않다.. 입덕하였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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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싸나를 배우고 평안한 상태로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나는 곧 명상의 마음가짐을 잊고 겨우 떼어낸 나를, 에고의 찌꺼기를 모든 것에 투영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기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도 소설 속 주인공 입을 빌어 말하지 않았던가. 배움은 잊지 않기 위해 상기해야 한다고, 명상을 통해 배운 것들 역시 잊지 않기 위해 수련해야 한다고. 좋은 배움들을 보면 내 것처럼 체화되도록 읽고 또 읽고, 보고 또 보고 그로 인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내 뇌 속에 장착하고 싶다. 좋은 책을 발견하면 여러 번 읽는 가장 큰 이유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좋은 책들은 계속 읽어도 재미있다.
고로 이러한 의미에서 7월 11일 강신주 박사의 강연 내용 중, 필기한 내용을 정리해 본다.
시간과 노력을 소비하여 자발적으로 참여했었던 강연에 대한 기록이며, 그날 강연 내용에는 수많은 말이 있었고 그가 이미 여러 매체에서 한 말과 중복됨에도 여기 필기 해 놓는 것은 그날, 그 말들이 유난히 내 마음에 닿은 이유에서다.
*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것은 순전히 인간의 입장이다
--> 동감한다.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고 신영복 선생님이 인간은 지구 상에서 가장 큰 기생충 이라며 눈물 흘리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흐릿하다.. 신영복 선생님 맞나요..?)
* 인간은 하자 있는 생물체다. 프로그램대로 살지 않는다. 에베레스트의 6000m 같은, 올라가면 죽게 되는 데스 존을 굳이 올라간다. 이상한 방향으로 진화한 것인데 이것이 인간의 희망이자 절망이다.
--> 이러한 이유로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 타인을 위해 죽음까지 불사하는 것은 본능을 거른 진화가 맞지않을까. 이상한 진화, 표현 매우 적절하다
* 자본주의는 짧다, 주로 거래관계 (자식의 성적이나, 성취에 기뻐하는 것)로 생각할 수 있고, 긴 관계는 자본주의에 반한다. 예를 들어 자식이 못해도 사랑해줘라. 어렵더라도 사랑해줘라. 그럼 자식이 힘을 때, 혹은 자살 직전 부모를 찾게 된다. 당신이 위기에 빠졌을 때 당신이 연락할 수 있는 그 한 사람은 누구인가? 당신이 될 수 있도록 아이를 안아줘라.
*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할 때 개입하지 말 것, 그 사람이 좋아하는 그 시간을 향유하도록 둬라
--> 내게 정말 어려운 일. 나는 남자 친구가 나를 화나게 한 후 당구를 치러 갔을 때 정말 참지 못했다. 나를 괴롭게 만들어 놓고 자신은 즐겁게 노는 게 나를 너무 화나게 했었다.
* 나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 그저 힘들지만 않게 해 주자. 그래야 사랑이 시작된다.
* 역지사지라는 말은 폭력이다. 어떻게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이 될 수 있나? 상대가 설명하게 둬라.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
*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살아라. 지구가 네모라는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실제 둥글다는 것을 안 것은 실제 배를 타고 바다로 떠나본 사람들이었다.
* 진짜 무언가를 해 본 사람은 해봤다고 말하지 않는다. '해 봤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조심하라. + 진짜 고수인 사람은 외모로는 정체 파악이 안 된다. 외모를 봤을 때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게 진짜 고수. 등산복 입은 날 보면 철학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동양 철학했다는 선후배들이 두루마기 같은 거 입고 다니는 거, 빈수레가 요란한 거다. 알맹이가 없으니 겉으로라도 내보이려 하는 것이다.
* 제자들 중 6,70 대도 계신데 모두 자식들 명문대 보내고 잘 살아오신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말씀하신다. 지금 아이를 낳으면 잘 기를 텐데. 미숙한 2-30대 때 아이를 낳아서 길러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
* 자식은 부모의 투영이다. 늑대가 늑대를 낳아 기르지 개가 늑대를 낳을까. 보고 있나 김을동 송일국
* 두 가지 고민되는 것이 있다면 아무거나 해도 도긴개긴. 물고기가 물을 만나면 선택을 고민할까? 물고기는 물을 만나 행복하고 물은 물고기를 쓰다듬어 준다. 그게 아니니까 고민하는 것이니 아무거나 해라. 다만 결정이 성급할 필요는 없다
* 자신의 무상을 느껴야 자신을 사랑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막산다. 죽음이 실감 나지 않거든. 벚꽃처럼 곧 사라질 것, 오늘의 태양은 내일과 같지 않음과 같은 무상을 느껴야 사랑을 한다.
* 미래가 좋아질 것 같은가? 60대 때 세계여행 가겠다고? 3-40대 때 여행 안 하면 60대도 안 한다. 그 나이 되면 길들여지지 않은 다리는 다 아작 난다. 낚시가 하고 싶을 때 하지 않으면 시간이 난다고 해도 안 한다. 지금 하는 것이어야 나중에도 한다.
* 기쁨을 같이하면 고통을 함께 하지 못한다, 고통을 함께 하는 사이라면 기쁨도 같이 못할까!
--> 매우 공감. 나는 언니가 '그래도 아빠는 좋을 때 좋잖아'라는 말에 나는 이렇게 말한다. '좋을 때 안 좋은 사람 어딨어, 진짜는 그 사람이 나쁠 때 나오는 거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내 기쁨은 함께 해 주었지만 나의 힘듦은 버거워했다. 깨닫자, 그건 사랑이 아니고 그 사람의 감정일 뿐 잘못도 아니다.
* 인생의 베이스는 고통이다. 배고픔의 고통을 잊게 하는 것이 미식이며, 재밌는 영화의 찰나! 같은 것이 기쁨이다. 인생이 행복한 것 같은가? 전혀. 어떠한 기쁨에 대한 기대가 없을 때 자살하게 된다. 내일의 행복에 대한 작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나는 사는 쪽을 택하겠다.
* 자식을 산으로 데려 가 다리를 부러뜨려라. 해는 지고 엄마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얘야, 내가 구조대를 불러 올 게" 이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하지만 둘 다 죽을지언정, 길을 잃을지언정 아이를 업고 내려와라. 저 말은 아이의 입에서 나와야 한다. 엄마가 절대 먼저 하면 안 되는 거다. 아이를 업고 내려오면 그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잊지 않고 효도할 아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성적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 아이 2명이 있다면 1명은 공부를 잘하게, (근데 이게 맘대로 되나?) 1명은 못하게 키워라. 그리고 둘 다 사랑해주면 공부 잘한 아이는 이미 성적으로 보답했다고 생각하므로 돈 부쳐 주는 자식이 되고, 공부 못해도 부모에게 사랑받았던 자식은 곁에서 극진히 모시게 된다.
** 비슷하지만 다른 매체에서 한 말
- 암벽을 2명이서 타다 한 명이 추락 위기일 때 윗사람이 줄 끊으면 확실하게 산다. 그러나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절대 줄 끊지 마!"라고 말해야 한다. 둘 다 위험에 빠지기보다 한 명이라도 확실히 살아야겠으니 줄을 끊겠다는 말은 위험에 빠진 아래쪽에 매달린 사람에게서 나와야 한다. 윗사람은 계속 줄을 끊지 마 라고 할 때, 아랫사람은 생각한다. "둘 다 위험해질 수 있는데 줄을 끊지 말라고 하네? 자기가 죽을 수도 있는데. 와, 나 멋진 사람이랑 산에 왔구나, 저 사람 살려야겠다"라고 생각 한 아랫사람이 줄을 끊는다. 선택은 그래야 한다.
- 부모를 사랑한다고? 아니, 그건 절대 만만하지 않다. 치매 걸린 부모님 모셔 봤나? 고통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부모를 모시는 것이 사랑이다. 기꺼이 업는 것이 사랑이다. 자식도 자신의 삶이 있으니 요양병원에 보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요양병원에 가는 것이 좋겠다" 이 말은 부모의 입에서 나와야 한다. 자식은 끝까지 모시겠다고 해야 한다. 부모의 의지로 요양병원에 간 어느 날, 부모의 정신이 정말 잠깐 돌아왔을 때 생각하는 것이다. "아, 여기라서 다행이다. 사랑하는 자식들한테 내가 피해 줄 뻔했구나."
여기까지.
사랑해요 강신주 박사님♡
Ps. 강신주 강연은 유튜브나 힐링캠프, 어쩌다 어른에도 있으며 가장 쉽고 술술 읽히는 책으로 입문하고 싶다면 '강신주의 다상담' 추천합니다.
** 사진은, 초상권은 없다고 막 찍으라고 하셨던 본인의 말씀에 따라 사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