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사랑은 이것으로 충분하리

영화 Queen of the desert

by 떠돌이

거트루드 벨, 그녀의 인생에 사랑으로 다가와 깊은 영향을 준 3명의 남자가 있다.

그러나 그녀와 진정한 교감을 나누었던 사람을 꼽자면 그녀를 보좌했던 3등 서기관, 헨리 카도건 이었다.


대사관에서 일하는 거트루드 백부 (헨리 카도건의 상사)의 명으로 헨리는 그의 딸 플로렌스와 영국에서 테헤란으로 막 도착한 거트루드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보좌한다. 헨리에게 거트루드는 그야말로 처음 보는 여성의 모습 그 자체다. 두려움을 이기는 호기심을 가졌으며, 배움의 열망으로 가득 찬 그녀는 그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 내고 가르침을 청하지만 그 역시 만만치 않다. 고작 대사관의 3등 서기관일 뿐이지만, 그녀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만큼 지적이고 박식한 데다, 모험도 서슴지 않으며, 별 하나의 낭만을 아는 그런 남자였던 것. 안타깝게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운 그를 미치도록 짝사랑하는 건 그녀의 사촌 플로렌스이지만 정작 헨리의 마음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자, 거트루드에게 기울고 자연스럽게 둘은 사랑에 빠진다.


함께 말을 타고 사막을 누비며, 낯선 유적에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고, 알려지지 않은 땅을 탐험하며 호기심, 두려움과 같은 내밀한 감정까지 공유하는 사이 둘의 사랑은 점점 커진다. 온전히 둘만의 세상을 만끽하는 낯선 땅에서 '천국이 이어지는 것 같은' 시간을, 오직 두 사람을 위해 신이 창조한 듯한 시간과 공간들을 마음껏 즐긴다. 사랑이, 깊고 잔잔한 풍경에, 사랑이 덧입혀진다.



여긴 아주아주 외로울 때 오는 곳이에요.

여긴 새소리를 들으러 오는 곳이죠.

헨리는 그만의 장소를 그녀에게 숨김없이 보여주며, 그 모든 장소를 둘의 장소로 만든다.


그가 아주아주 외로울 때면 찾는다는 그 절벽 앞에서, 그는 그녀에게 프러포즈한다.

무릎 꿇지 않고, 그녀의 눈을 보며 평등하게. 그리고 장난스럽게, 반지 대신 동전을 건네며.

알렉산더 시대의 동전을 보고 놀란 그녀에게, 세공사에게 부탁해 둘로 나눴다며 한쪽을 그녀에게 건네며 말한다. 이건 우리가 늘 함께라는 징표라고, 누군가 죽게 되면 이걸 하나로 만들어 가지고 있자고.


둘만의 장소,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멋진 여자 거트루드 벨,

자신을 아낌없이 보여주며 사랑해주는 멋진 남자 헨리,

둘은 가장 행복한 시간 속에서 사랑을 맹세한다.





고작 3등 서기관인 헨리를 찬성할 리 없는 아버지 때문에 슬픔에 빠진 거트루드는 설득을 위해 영국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그러나 '사랑엔 법이 필요 없어요' 라며 말리는 헨리. 그녀가 그저 곁에 머물 것을 원하지만 거트루드는 아버지의 허락을 위해 영국으로 떠나고 속절없는 시간이 흐른다.


그녀는 그리움과 슬픔을 오롯이 글로 써내며 타들어가는 시간을 버틴다.

언제인지 알 수 없을, 아버지의 허락을 기다리며.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른 탓일까.

어느 날 그녀에게 갑작스럽게 전해진 비보, 믿을 수 없는 헨리의 죽음.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녀에게 아버지가 건넨 것은 오직 둘만 알고 있는 동전의 한쪽과 작은 메모.


실감이 나지 않지만 터져 나오는 오열, 그녀는 메모를 어렵사리 펼친다.


'영원한 사랑은 이것으로 충분하리'


아주아주 외로울 때 온다는 바로 그 절벽에서, 헨리는 생을 마감했다.






사진 출처 : https://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99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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