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신혼집을 정하고 <브라운칩>을 발견하고 나서야,
우리는 이 동네로 오길 잘했다고 안심했다.
서울에 올라와 '객지' 생활자가 되고 보니
주변에 마음이 놓이는 카페 하나만 있어도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랑은 커피 '맛'을 좇아다니는 사람이고
나는 '카페' 그 공간 자체에 관심이 많다.
우리 두사람의 호기심을 잔뜩 충족 시켜주는 <브라운칩>이 가깝다니, 행운이다.
<브라운칩>이 더욱 좋은 이유는 사장님 덕분이기도 하다.
로스팅 기계 앞에서 커피 콩볶기를 하는 모습으로 자주 뵙는데 이 공간을 지키고 누비는 모습에서 고요한 열정이 짙게 느껴진다.
우리는 집에서 드립 커피 내려 먹을 용으로 홀빈을 꼭 100g씩 사곤 한다. "커피 좀 추천해주세요", "오늘은 어떤 커피가 좋아요?"라고 여쭈면 추천사가 시작된다. 그 추천사에서 얼마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인지가 온전히 와 닿는다. 그 모습에 우리도 괜히 행복해지곤 한다.
사장님을 3년째 뵙고, 브라운칩에서 꽤나 많은 커피를 마셨고 추천 받으며 커피에 대한 이야기와 애정을 전해 받았다. 그랬더니, 이제 웬만해서 어디 커피가 맛있다고 해도 <브라운칩> 만큼일까 싶고 누가 커피에 대해서 되게 아는척을 해도 역시 아저씨가 떠오르며 '좋은' 커피 혹은 '맛있는' 커피 좀 즐기는 것으로는 누구에게든, 어디에서든 기죽고 싶지 않은 괜한 자부심 같은 것이 생겼다.
<브라운칩>의 벽 한면은 책으로 빼곡하다.
책 읽는 송파에서 선정한 책 읽기 좋은 공간이라고도 했다.
서가의 도서로 나와의 취향을 가늠해보곤 하는데 만화책부터 소설과 도록에 이르기까지 읽고 싶은 책이 가득한 것도 역시, 행운이다.
원두만으로 뽑아내는 드립 커피나 아메리카노도 직접 로스팅해서 관리하는 신선한 원두로 내어주시니 더할 나위 없겠지만 우유의 고소함이 더해진 카페라떼는 가끔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다. 심지어 뉴욕의 브라이언 파크 앞, <블루 보틀 Blue bottle>의 라떼를 먹을때도 <브라운칩>보다는 아니네, 싶어서 괜히 우쭐했다니까.
따뜻한 라떼와 아이스 라떼를 넘나들며 사계절을 누렸다.커피 뿐 아니라 다른 계절 메뉴나 사이드 메뉴도 맛있다. 맛있음의 바탕에 기본적으로 정성스러움이 느껴진다.
밥차리기는 커녕, 세수도 하기 싫은 일요일 아침. 후드 하나 덮어 쓰고 나가서 먹는 브런치. 크로와상 샌드위치와 크로크무슈를 하나씩 시켰는데 여기에 커피까지해서 7천원. '브런치'라는 단어에 거품이 올려진 가격이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브라운칩>이 우리동네 카페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언제라도 돌아오면, 여기가 우리 신혼집이었어 할 때 이곳에 들러 커피 한 잔하면 참 좋겠다. 그 때, 우리의 청춘이 따뜻하고 자랑스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