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사계라면, 노을지는 그 때가 가을 아니겠어요
신랑은 시시때때로 '제철음식'을 검색하는 남자다.
봄,하면 도다리 / 가을,하면 전어처럼 계절을 수식어로 붙여 고유명사처럼 쓰여지는 것들도 있지만 요즘같은 세상에 -그러니까 겨울에 마트에 가면 수박도 어렵잖게 만나는 시대에 제철음식 찾아 먹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그래도 제철음식을 제철에 먹어보면 확실히 그 맛이 다르다. 우선, 철따라 거두어졌음은 자연이 길러낸 '자연산'이란 소리니까. 무엇보다 '때 되면' 먹는 식재료란 소리인데 가을전어가 맛있는 이유는 겨울나기를 위해서 전어가 몸에 에너지를 비축해 잔뜩 지방질이 오른 상태이니 인간의 입장에서 이를 '맛이 든 때'라고 받아들이지만 전어 입장에서야 어디 그런가. '살아보려 애쓴 때'일터인데.
바야흐로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가을. 그 가을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제철음식은 가을 전어임을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가을에 가을 전어를 먹으러 떠났던 여행의 기억을 꺼내어 본다.
목적지는 궁평항이었다. 경기도 화성시, 그러니까 서해안 끝자락에 있는 자그마한 항구인데 낚시꾼들도 많이 오고 갯벌 체험장 같은 것도 있어 가족단위로도 많이 찾는다. 서울에서 가까워 버스타고 한 방에 가니까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좋다. 우리는 서해바다 구경하고 전어랑 꽃게 먹으러 갔다. 꽃게, 그러니까 가을 꽃게 이야기를 또 안할 수가 없네.
가을에 제철 맞은 꽃게는 수게다. 암게의 철은 봄.
암게는 3월말경부터 산란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알이 꽉차고 살이 오른다. 그러니 3월 하순부터 6월까지 많이 잡아 먹고 제철이라 부른다. 산란기에 알을 낳고 살이 빠진 암게에 비해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해 9~10월 가을철에 살이 오른 것은 수게. 우리는 무수히 많은 아기 꽃게들의 예비 아빠를 가을에 잡아 먹는 것이다. 어흥.
암게랑 수게를 어떻게 구분하느냐! 꽃게 배를 보면 된다.
둥근 삼각은 암게. 길고 뾰족한 삼각은 수게. 집게 모양도 좀 다르단다. 암게는 짧고 둥글. 수게는 길고 뾰족. 암컷은 둥글둥글, 수컷은 뾰족뾰족. 쉽다.
서쪽의 바다, 서해는 해가 넘어가는 곳이다. 바다 위로 낙조, 노을지는 풍경이 예술이다. 궁평항에서 한 거라곤, 전어랑 꽃게 먹고 바닷가 산책 조금하다 벤치에서 꾸벅꾸벅 졸다 일어나 해지는 풍경을 본 것 뿐인데. 참 행복했던 여행으로 기억된다. 인생은 타이밍. '때'가 맞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하루가 사계라면, 노을지는 즈음이 가을이라 할 것인데 가을에 노을지는 풍경으로의 여행. 가을에 가을로 떠나 가을을 먹었던 기억이다. 참말로 가을가을해.
궁평항에 딱 내리면, 수산시장이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어요.
전어 구워먹을 연탄불까지 구비되어 있음은 물론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