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가 다 가고 있다. 이렇게 탈도 많고 세상 처음 겪는 일도 많았던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신김치를 좋아하는 나는 얼마 전부터 묵은지를 주겠다는 주변 지인들에게 마다않고 모두 가져와 김치 냉장고에 쟁여 놨다. 이제는 김장날도 정해졌으니 이 묵은지를 속도전으로 먹어치워야 한다.
일년이 다 되어가는 묵은지는 쿰쿰한내가 나려 한다.
물로 씻어 양념을 완전히 제거하느냐, 조금은 남기느냐, 아니면 온전히 그 양념을 다 쓰고 설탕으로 그 쿰쿰내를 가리느냐에 따라 메뉴가 달라진다.
어렸을 때 친정엄마는 한번 만들면 무지 많이 만드시는 메뉴가 있었다.
소풍날 김밥, 제삿날 전, 김장을 담그기 전 신김치로 만드는 김치 만두가 대표적이다.
옆에서 하도 많이 봐와서 김밥도, 전도 처음 혼자 만들 때부터 성공적이었다.
올해는 처음으로 김치만두를 만들어 보려 했다.
기억을 더듬더듬하며... 김치만두는 8할이 김치 맛이기 때문에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냥 모든 걸 짜버릴 힘만 장착하면 될 뿐.
<<김치만두>>
1. 김치를 송송 썰어준다. 잘게. 그리고 꼭 짠다. 큰 그릇에 직행
2. 끓는 물에 당면을 넣어 삶은 후 찬물에 헹군다. 그리고 송송 썬다. 큰 그릇에 직행
3. 두부를 꼭 짠다. 으깨면서 큰 그릇에 직행
4. 부추를 송송 썬다. 큰 그릇에 직행
5. 숙주를 데친다. 송송 썰어 꼭 짠다. 큰 그릇에 직행
여기까지 보면 알겠지만 만두소는 그냥 짜거나 송송 썰거나 두 가지 행위밖에 없다. 다 하고 나면 손목이 시큰거리긴 한다. 단순한 작업인 듯 하나 꽤 번거롭기도 하여 우리 엄마는 한 번에 많이 하셨나 보다.
6. 1-5번까지의 재료를 한데 섞는다.
7. 섞는데 유분기가 없다. 올리브유를 한 두 바퀴 두른다.
8. 소금과 고춧가루, 후추로 간을 한다.
9. 냉동 만두피를 30분가량 실온에 내놓는다.
10. 만두피의 가장자리를 물로 칠하고 만두소를 넣어 만두피를 반으로 접어 반달 모양으로 꼭꼭 눌러준다.
생각보다 쉽지만 힘은 든다. 먹어보면 다른 양념을 많이 한 것도 없고 특별히 들어간 것도 없어서 그다지 감칠맛이나 소름 끼치게 맛있지는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극적이지 않는 슴슴한 맛이 계속 입맛을 당긴다.
딸은 평양만두 같다면서 연달아 세끼나 먹었다. 찐만두로, 만둣국으로..
한 번에 많이 만든 만두는 찜기에 30초씩 쪄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두고두고 일용할 양식으로 마음이 든든하다.
<< 김치 동그랑땡 >>
1. 김치 만두소가 남았다면 그 소에 밀가루를 조금 넣어 동그랗게 동그랑땡을 만든다.
2. 달걀물을 입힌다.
3. 중간 불에 부쳐 낸다.
4. 초간장에 찍어 먹는다.
김치 동그랑땡은 일부러 하지 않고 김치 만두소를 넉넉히 만들었을 때, 하는 김에 하는 메뉴일 듯싶다.
<< 김치 대파 전 >>
친정 제사 때 일명 넙죽이라고 내가 이름을 붙였던 밀가루 김치전이다.
이 전을 한 10장 부쳐서 제사상에 놓았던 기억이 있다.
1. 밀가루를 물에 개어서 조금을 묶게 풀어놓는다. 소금도 한 꼬집.
2. 신김치를 물에 깨끗이 씻어 꼭 짠다. 길게 2-3cm 너비로 찢어 놓는다. 대파도 길게 썰어 놓는다. 굵은대는 반으로 가른다.
3. 프라이팬에 넓고 얇게 밀가루 물을 펴 올려놓는다.
4. 그 위에 씻은 신김치, 대파를 번갈아 놓는다.
5. 부침개 부치듯 부쳐낸다.
6. 초간장에 찍어 먹는다.
김치 대파 전은 생각보다 너무 간단해서 이게 무슨 맛인가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제사 후에 식은 이 넙죽이는 더 찰져지고 양념이 씻겨나간 신김치와 단내 나는 대파가 어우러져 맛나다.
제사 때는 신김치, 대파, 다시마 이렇게 세 가지를 넣어 색깔의 조화도 생각한 듯 하지만 나는 다시마를 뺐다.
이밖에도 신김치로 활용한 음식으로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우리 식탁을 채워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김장으로 내년의 식탁을 채워갈 것이다.
김장은 하루만의 수고로움이 아니다.
절임 배추를 예약하고, 전국에 유명한 젓갈을 미리 주문하고, 고춧가루를 두세 가지를 사서 섞어 놓는다.
김장 당일에 살아있는 생새우와 굴을 사러 수산시장을 가야하고, 돼지고기도 사서 당일에 만든 겉절이와 수육으로 그날의 김치맛을 가늠한다.
지금은 어머니께서 준비하시고 장만해 주신 재료로 당일에만 수고하는 나는, 언젠가는 나이 든 어머님께, 아빠를 보살피고 있는 엄마에게, 세상살이에 바쁠 내 딸에게, 그간 고마운 지인들에게 작은 김장 김치 한통씩을 주고 싶다. 어머님께 물려받은 레시피에 내 손맛을 얹어 만든 나의 김장으로 내가 받은 사랑을 돌려 드리고도 싶고 여러사람들과 나누고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