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플 편-
내 주변 사람들에게 '트러플'이 뭔지 아냐고 물으면, 다들 "트러플 오일?"이라고 할 거야. 그럼 나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할 거고. 내가 말한 건 송로버섯이 아닌, 초콜릿을 얘기한 거거든.
초콜릿 트러플은 사실 송로버섯의 영문명인 트러플에서 따온 이름이야. 트러플은 가나슈를 한입 크기로 떠서 코코아파우더에 굴려 만든 초콜릿인데 그 모양새가 송로버섯과 닮았다고 하더라.
내가 처음 맛본 트러플은 내가 만든 거였어. 그때 내가 받은 한 달 용돈은 5000원이었고 그 돈으로 내가 살 수 있는 재료들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큐브 모양 초콜릿과 우유였거든. 게다가 우리 동네에서는 초콜릿 전문점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고!
그 레시피와 그 맛이 시중에서 쇼콜라티에들이 만드는 트러플과 엄연히 다르겠지만 난 만족스러웠어. 충분히 달콤했거든. 하지만 쌉쌀한 맛은 찾아볼 수 없었지.
난 내가 만들었던 트러플, 그 조그맣고 동그란 초콜릿에는 내 어린 시절이 담겨있다고 생각해. 어렸을 때, 부모님과 두 손 잡고 같이 걷는 공원에서 나는 그 누구보다 행복했어. 그때의 밤공기, 그때의 내 모습을 난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거든. 어린 나는 아직 세상이 무서운지도 몰랐을 거고 다 큰 나는 이제 그 사실을 아주 잘 알아. 그리고, 트러플에 단맛만 있는 게 아니라, 쓴맛도 있다는 것을 말이야.
만약 내가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나에게 "야, 쓴 맛은 없고 너무 달잖아!"라고 얘기할래. 인생도 무조건 달지만은 않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