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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김 Jun 13. 2024

#3. 나보다 더 예민한 디저트

-마들렌 편-

 나랑 상극인 디저트를 하나 고르라면, 난 무조건 마들렌을 고를 거야. 내 성격과 다르게 마들렌은 정말 환경을 중요시 여기거든. 사실 모든 디저트들이 각자 처한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그중에서도 마들렌을 고른 이유는 차차 설명할게.


 지금은 다양한 모양으로 존재하지만 원래 마들렌은 조개 모양으로 된 작은 케이크야. 나는 마들렌을 베이킹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전해 보라고 추천하곤 하는데 그 이유는 딱 하나, 비교적 공정이 간단하기 때문이지. 머랭을 쳐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휘핑을 많이 해야 하는 것도 아니거든. 근데 난 개인적으로 마들렌은 정말 예민한 아이라고 생각해.

제과기능사 과정 중 만든 마들렌

 마들렌 만들 때 맨 마지막에 녹인 버터를 넣는데 버터 온도가 너무 높아도 문제고 낮아도 문제야. 게다가 구울 때 오븐 온도가 너무 낮으면 마들렌 특유의 매력인 배꼽이 볼록하게 안 올라오거든. 그렇다고 너무 높게 온도를 잡으면 겉만 타고 속은 안 익어버리지. 그래서 예민한 디저트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럼 왜 나랑 상극인지 궁금해할 텐데, 난 모든 걸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해. A에 대해 생각해야 하면 B부터 Z까지 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야. 그러다 보니 모든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해도 예민하게 굴어. 나한테 앞으로 닥칠 일들이 걱정되거든. 하지만 마들렌은 나랑 다르게 단순해. 그냥 몇 가지만 잘 유의해서 만들면 되는데 나는 유의할 게 너무 많아. 그냥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나한텐 고민거리야.



 솔직히 말하면 나도 마들렌처럼 살고 싶어. 아무렇지 않게 그냥 단순하게 지내고 싶어.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아. 어쩌면 난 나랑 닮은 듯 닮지 않은 마들렌을 부러워해서 상극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예민하지만 단순한 마들렌과 예민하지만 복잡한 나. 오늘 밤도 어떤 고민을 하다가 잠에 들지 모르겠지만 난 마들렌이 평생 나보다 더 예민했으면 좋겠어. 내가 그 아이보다 더 예민해지는 날이 오는 순간, 패배자가 되어버린 기분일 테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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