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케이크 편-
한참 베이킹에 빠져있을 때, 나는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어.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조합하면서 만든 게 '밤 파운드케이크'였어. 뭐, 그것도 성공한 건 아니었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어.
파운드케이크는 밀가루, 계란, 설탕, 버터가 각각 1파운드씩 들어가서 파운드케이크라는 이름이 붙여졌대. 그 덕분인지, 맛도 식감도 아주 묵직해.
내가 만든 파운드케이크는 소보로가 위에 올라가고 밤 페이스트가 들어가 촉촉한 케이크였어. 그런데 난 이 파운드케이크를 완성하기 전까지 고통스러웠어. 나만의 무언가를 창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더라고.
그렇게 해서 완성한 나의 레시피는 완벽하지도, 그다지 맛있지도 않았어. 엉망진창 레시피에서 내가 얻은 건 창작의 고통이었어.
우리 누구나 한 번쯤은 창작의 고통을 겪잖아. 글, 그림, 노래, 회사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느낀 고통의 대가로 실패 또는 성공을 맛보지.
머리가 터질듯한 그 느낌을 경험하고 해피엔딩이면 좋겠지만 인생이 항상 그렇게 행복할 수는 없어. 또 실패하면 그 순간 내가 지금까지 한 노력들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을 거고. 그래도 어쩌겠어. 그래도 우리 다시 해봐야지.
그래서 나는 이 창작의 고통을 다짐과 함께 겸허히 받아들였어. '이 순간들이 모여서 더 맛있는 파운드케이크를 만들어낼 거야.'라는 다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