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김 Jul 21. 2024

#8. 파사삭 부서지는 내 멘탈(2)

-다쿠와즈 편-

 그렇게 두 번의 불합격을 맛보고 난 세 번째 실기 시험에 도전했어. 겨울이 시작될 쯤인 12월에 내가 시험장에서 마주한 건 '쇼트브레드 쿠키'의 재료였어. 심장이 쿵 내려앉는듯했어. 난 그 품목을 배우지 않았거든. 덩치에 맞지 않게 몸이 약한 나는 학원을 다니는 동안 어쩌다 보니 걸린 폐렴으로 2주를 결석했어. 그 기간 동안 나는 총 4가지 품목을 못 배웠는데, 그중 하나가 쇼트브레드 쿠키였지. 그래도 실격은 더이상 당하기 싫었기에 최선을 다했지만 55점으로 불합격을 맛봤어.


실기 학원 다니면서 만든 호두파이

불합격 후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며 2024년 1월에 네 번째 실기 시험으로 난 호두파이를 만들었어. 그런데 전 글에서 말했듯이 나는 파이나 타르트류에 자신이 없었고 운명의 장난처럼 호두파이를 만나고 말았지. 그때 시험장 분위기는 아직도 기억나는 게, 이곳저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어. 그리고 내 호두파이는... 밑바닥이 깨져서 상품 가치도 없었지. 낙심한 나머지 호두파이 틀을 닦다가 손을 베였고, 그날 마음이 너무나 힘들어서 엉엉 울면서 나왔어. 자책이 시작되었다는 말이야. 시험 운도 없고, 손도 느린 나는 단점 투성이었지. 그날을 끝으로 제과기능사 실기를 포기하겠다고 다짐했어. 더 이상 못하겠더라고. 그렇게 2월 한 달을 좌절감으로 보냈단다.


한 달을 그렇게 어영부영 보내면서 하나 깨달은 게 있어. 난 빵이나 디저트가 너무 좋다는 거였어. 그렇게 네 번의 불합격을 맛보고 힘들어했음에도, 난 여전히 디저트를 만들어 누군가에게 맛보게 하는 게 너무 좋아. 그래서 다시 한번 시험을 보기로 마음먹었어.

이번엔 시험 접수 후 집에서도 여러 번 만들어봤어. 처음에는 배우지 않은 품목 중 하나인 다쿠와즈를 시작으로 배웠지만 헷갈렸던 슈 까지 만들었지. 다쿠아즈는 겉 표면이 사진처럼 갈라지는 게 매력이야. 그런데 이 날 다쿠아즈를 만드는데 내 멘탈 같은 거야. 파사삭 부서지는 식감도, 겉 표면도 내 멘탈처럼 보이더라고.

계속 떨어지자 주변에서는 이 정도면 재능이 없는 것 같다며 그만하라고 했거든. 그리고 그만두라는 말에 상처를 받기도 했고. 심지어 부모님도 나한테 그만 시험 보라고 하셨거든. 매번 좌절하는 내가 안쓰러우셨나 봐. 어찌 됐든, 이번에는 꼭 붙으리라고 생각하며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 연습도 연습이지만, 실기시험지를 뽑아서 아래에다가 공정 과정을 다 적기도 했어. 이젠 붙을 일만 남은 것 같더라.


대망의 시험 날, 아침에 버스를 타고 왠지 모를 좋은 기분으로 시험장에 갔어. 그리고 난 그날 치즈케이크로 시험을 보고 나왔어.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예감이 좋은 거야. 그때 같이 시험보신 분들 중 몇 분은 치즈케이크가 깨지기도 했고, 위에 구음색이 진하게 나오기도 했는데 난 학원에서 배운 거랑 똑같이 만든 거 있지! 시험이 끝나자마자 부모님께 전화해서 "왠지 붙을 것 같아!"라고 했어. 그리고 결과는...

드디어 합격이었어. 지금까지 계속 겪은 마음고생이 한순간에 치료되는 느낌이었지.

비록 여러 번의 시험으로 멘탈은 망가졌지만, 이젠 괜찮아. 합격해서가 아니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가장 큰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으니까. 그리고 내 소신대로 하면 된다는 것도 깨달았고. 

이렇게 내 제과기능사 실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어. 결국 끝을 봐서 다행이야. 수고했어, 나 자신.


작가의 이전글 #7. 파사삭 부서지는 내 멘탈(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