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밖으로 나오자 줄곧 내리고 있던 가느다란 빗줄기가 희고 굵은 입자로 변해 있었다.
‘눈이 오려나...?’
입김이 하얗게 피어올라 공중에서 흩어졌다.
기모가 있는 긴 맨투맨티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냉기가 사정없이 몸을 파고들었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무래도 큰 눈이 내릴 듯했다. 공복이 밀려왔다. 발걸음을 얼른 집으로 돌렸다.
냉장고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통에 담긴 달걀 몇 알과 시금치 한 봉, 유통기한이 사흘 남은 모차렐라 치즈, 어제 카레를 만들고 남은 양파 한 개가 눈에 들어왔다. 시금치 오믈렛을 만들어야겠다, 고 생각했다.
칼로 양파를 가늘게 썰고 시금치도 잘게 썰었다. 볼에 달걀을 깨뜨려 넣고 우유도 약간, 소금도 조금. 젓가락으로 휘휘 저었다. 달걀물은 어디까지나 대충. 곱게 저을 필요도 없고 체로 거를 필요는 더더욱 없다.
가스 불에 코팅이 잘 된 팬을 걸쳤다. 잠시 사이를 두고 팬 위에 손을 대보았다. 약간 뜨겁다고 느끼는 정도가 내가 원하는 온도다. 자, 이제 요리를 시작해볼까.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버터도 한 숟가락 넣은 후 양파부터 볶기 시작했다. 버터가 녹으면서 향이 부드럽게 감돌자 ‘음~’하는 소리가 절로 났다. 양파가 노릇해지자 잘게 썬 시금치도 넣어 같이 볶았다. 다 볶아진 양파와 시금치는 그릇에 덜어뒀다.
팬을 다시 달궈 오일과 버터를 넣어 녹인 후 달걀물을 부었다. ‘치이이이-익’하고 달걀물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오믈렛은 이때부터가 중요하다. 달걀이 너무 익어버리면 퍼석퍼석한 맛이 나기 때문에 속도에 신경 써야 한다.
왼손으로 프라이팬 손잡이를 쥐고 앞뒤로 흔들면서 오른손에는 긴 젓가락을 쥐고 달걀물을 빠르게 휘젓기 시작했다. 달걀이 고르게 빨리 익도록 민첩하게 움직였다. 달걀이 절반 정도 익었을 때 치즈 먼저 아낌없이 뿌리고, 볶아둔 양파와 시금치를 반원 크기로 펴 넣었다. 나머지 반원 모양의 계란을 시금치 위로 휙 덮어주었다. 팬을 기울여 오믈렛의 모양을 잡아준 후 불을 껐다.
접시에 토스터에서 막 꺼낸 식빵을 올리고 그 옆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믈렛을 얹었다. 머신에서 커피가 다 됐다는 알림음이 울렸다.
나이프로 자른 오믈렛을 포크로 집어 입에 넣어보았다. 부드럽고 폭신한 달걀 사이로 녹진한 치즈, 달큰한 양파와 고소한 시금치의 맛이 느껴졌다.
“그래, 딱 이 정도의 온도와 익힘이 좋아.”
혼자 중얼거리며 이번엔 자른 빵 위에 한입 크기로 썬 오믈렛을 올려 오물오물 씹어보았다. 곧 접시가 깨끗이 비워졌다. 뜨거운 커피를 호로록 들이켜니 기분 좋은 포만감이 일었다.
맛있는 한 끼를 먹으니 역시나 아이들 생각이 났다. 쌍둥이가 좋아할 게 분명한 요리인 것을 왜 진작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베이컨과 치즈를 사 와 더 맛있게 만들어줘야지.
창밖을 바라보니 제법 커다란 함박눈이 송송 떨어지고 있었다.
recipe
시금치 오믈렛
재료
달걀 3개, 시금치 한 줌, 생크림(혹은 우유) 1큰술, 양파 반개, 모차렐라 치즈 적당량, 올리브 오일, 버터, 소금, 후추
만드는 법
1. 달걀에 생크림과 소금 한 꼬집, 후추를 약간 넣고 고루 섞는다.
2. 올리브 오일을 두른 팬에 버터를 넣고 버터가 녹으면 잘게 다진 양파를 넣어 노릇하게 볶는다.
3. 양파를 충분히 볶은 후 깨끗하게 손질한 시금치를 넣고 잘 볶는다. 소금과 후추를 약간 더한다.
8. 나머지 반원 모양의 달걀로 양파와 시금치를 휙 덮어주고 팬을 기울여 모양을 잡아주면 완성.
*오믈렛은 '오버 쿡'을 경계해야 해요. 달걀이 너무 익으면 퍽퍽해져서 맛이 확실히 떨어져요. 팬에 달걀물을 붓고 치즈를 뿌린 후 바로 볶아둔 양파와 시금치를 올려주세요. 달걀과 채소 사이에서 치즈가 좋은 접착제가 되어 내용물이 잘 달라붙게 도와준답니다. 완성된 오믈렛에는 잘게 다진 신선한 파슬리나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갈아 올려주면 풍미가 한층 좋아져요. 시금치와 치즈, 달걀의 조합은 언제나 훌륭하죠? 냉장고 속 시한부 채소를 털면서(?) 꼭 한번 만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