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나는 되바라진 며느리였다.
자기주장이 강한 여자 두 명이 한 지붕에 사는 한 두 달 동안 터질 것이 터졌다. 아이들을 부탁하는 의미로 계획에 없던 시댁생활을 하는 동안 고부갈등 : 정확히는 나와 어머님의 갈등은 극을 달했다.
아이들을 케어해야 하는 고생스러움으로 체력적으로 힘드셨을 어머님과 남편 없는 시댁에서 세 아이를 돌보는, 예민함이 극으로 달했던 나는 조금씩 마찰을 일으켰다.
생활 습관부터 너무나 달랐으며 늘 언제나 어머님은 어머님의 주장을 고수하셨다. 그중에도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은 '요즘 애들은 네이버가 키운다니까'라는 말이었다. 육아 초자인 나는 어른의 조언과 육아서보단 네이버의 검색을 활용했고, 맘카페에선 말이 되든 안되든 정보가 넘쳐흘렀으니까.
어머님이 고수해 온 육아 가치관과 태도를 비하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의논과 타협보단 그것이 진리라고 믿고 밀고 붙이시는 성격에 나는 조금씩 예민함을 더해갔다. 물론 육아를 부탁드리는 것이 을의 입장은 맞지만 나의 의견은 자꾸만 무시당했고, 주 양육자가 나인지 할머니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아이들의 엄마는 분명 나인데?'
라는 생각이 조금씩 커져만 갔고, 육아 지식도 없는 새내기엄마였지만 내가 키우고 싶은 방향은 분명해져만 갔다. '저는 이럴 때 이렇게 하고 싶어요'라는 말은 어머님의 주장에 묻혀갔고, 세 아이를 보기 위해 한 명 더 고용했던 도우미는 어머님과 나이대가 비슷하단 이유로 어머님과 함께 연륜으로 묻어 나오는 노하우를 고수하기 바빴다.
어머님도 그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거다. 그러던 어느 날 올 것이 왔다. 하루는 나는 어린아이들에게 아직 먹이고 싶지 않았던 무언가를 어머님과 도우미는 합심하여 아이들에게 먹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분명 못 먹일 것은 아니었다) 누누이 말씀드렸던 부분이지만 정말 철저하게 무시를 당하자 나의 발작 버튼이 눌리고야 말았다. 나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고, 이 말은 꼭 하고 넘어가야 했다.
'어머님, 왜 제말 무시하세요?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는데 전혀 듣지 않으시고 도우미분 말씀만 온전히 맞장구치시고 실행하시니 저는 정말 서운해요'
그 순간 집안은 정적이 흘렀고 어머님은 말없이 일어나 주방으로 가셨다. 그 뒤로 주방일을 하시는 손길에 어찌나 화가 묻어있는지 한참을 시끄럽게 투당탕탕 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제는 추억이 되어 능청맞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만 해도 한동안 나도 어머님도 적잖은 충격 함께 함께함의 어색함, 그리고 둘 사이의 묘한 기류가 흘렀다.
그 뒤로 나는 자연스럽게 아이 셋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게 됐고 고부 갈등엔 지울 수 없는 흉터를 남겼다.
그날 이후 나는 아주 커다란 인생의 교훈을 얻었다. 시어머니에게 공동 육아를 부탁한다면 부탁하는 쪽이 납작 엎드리거나 육아 방식에 아예 터치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그리고 아무리 가족이라고 한 듯 새롭게 시작하는 새 가정은 기존의 가족과 적당한 거리를 꼭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역시 가끔 봐야지만 서로에게 애틋함이 남는 법.
그날 조금만 더 참을 걸.. 하는 후회도 남았지만 그 일이 있는 후로 어머님이 내 의견을 조금씩 수용해 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 나는 나의 엄마와 친언니와 함께 공동육아를 함께 했는데 그 역시도 참 사연이 길다. 엄마와는 매일같이 투닥투닥 싸웠으며 언니와는 오히려 사이가 서먹해졌다.
어째서 나는 혼자 육아를 주도적으로 할 수 없을 지경으로 많은 아이를 낳은 건지 원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한 명씩 온전한 사랑을 주며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웠던 일. 사랑스러운 새로운 가족 구성원은 얻었지만 사랑했던 가족은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이 글을 빌어 어머님께 전하고 싶다.
육아에 '육'자도 몰랐던 철부지가 자존심만 내세우며 덤벼들여 죄송했다고. 경험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연륜이라는 것이 무엇 때문에 생기는 것인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고..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걸 다 잊으신 듯 이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지내주시는 것에 감사하다고..
다음 이야기 : 눈에 눈물 한 방울, 손에 물 한 방울 '그 새빨간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