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있어 기회는 다양한 형태로 다가온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의 이야기다.
미용실에서 머리 자르는 것조차 사치였던 시절, 다듬지 못한 긴 머리를 정리할 필요성을 느낀 나는 집 가까운 미용실을 방문했다. 헤어 컷만 받을 거라 미용실에 오래 머물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새로운 삶을 위한 기회라는 것이 찾아왔다.
내가 방문한 미용실은 재개발이 된 지 10년쯤 지난 아파트의 상가에 위치해 있었다. 소위 옛날 100만 원만 가지고 있어도 부동산에 투자해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부터 투자를 시작한, 부동산에 깨어있는 중년층들이 많은, 그런 단지였던 것 같다.
부동산 투자엔 정말이지 무지했던 나는 그저 같은 시간에 미용실을 함께 방문한 '아줌마'들의 '부동산'이야기를 흘려듣고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 100만 원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부동산 몇 채를 가지고 있을 수 있던 시절부터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해 온 투자를 '좀' 아는 아줌마들이었다.
시술을 받고 있던 나에게 그 아줌마들 중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새댁, 새댁은 집이 어디야, 결혼했어? 애들은?' 다소 당황스러운 질문들을 시작으로 호구조사가 들어왔다. 그러면서 집 근처 재개발 단지의 청약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애들이 많으면 '다자녀 특공'으로 넣어보라는 조언과 함께 묻지도 않은 부동산 정보를 나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부동산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나는 '그 단지는 너무 외곽지라 별로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었지만, 나에게 모르는 소리를 한다며 그곳이 지금 그들 사이에 핫한 단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자가가 아니면 꼭 한번 청약을 넣어보라고 나에게 일러주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미용실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신랑에게 전했고, 청약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청약 계획이 없었던 단지였지만 그 이야기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일정에 맞춰 '특공'이란 조건의 청약을 넣어보게 되었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다. 우리는 청약에 당첨되었고, 평생 한번 살아볼까 말까 생각만 했던 새 아파트 새집에 첫 입주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그녀들이 말한 이 동네 단지들은 현재 우후죽순 생겨난 재개발 아파트로 '삐까번쩍한' 신도시를 이루고 있다. 그때만 하더라도 이곳은 흙빛으로 낡아빠진 주공아파트의 외관이 보기에 불편함을 자아냈고 주변 단지들은 공사장 담장으로 마치 유령도시 같은 느낌마저 자아냈었다.
나는 그때 그 미용실에서 만난 귀인을 잊지 못한다. 그녀들로 인해 나는 부동산이란 것에 눈을 뜨게 되었고, 그녀들로 인해 자산을 불리는 법을 알게 되었다. 참 고마운 분인데 이름도, 사는 곳도 알지 못하는 것이 참 아쉽다.
나는 그녀들로 인해 인생의 지혜를 얻게 되었다. 누구에게든 삶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행운의 기회가 불쑥불쑥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 기회를 기회로 삼고 실행하느냐, 또는 기회인 줄 모르고 그냥 지나치느냐처럼 그 기회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서 삶의 방향성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을.. 기회는 어떤 형태로든, 어떤 모습으로든 다양한 형상을 하고 나타난다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 앞에 놓여있는 기회가 기회인지 함정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는 안목을 만드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번 계기로 깨닫게 되었다. 그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나도 언젠간 미용실에서 만난 귀인처럼, 나도 누군가의 삶에 있어 귀인이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다음 이야기 : '어머! 혹시 세 쌍둥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