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쟁여놓지 마세요

공간이 비자 마음도 따라 비었습니다

by 세쌍둥이 엄마


예전의 저는
무엇이든 쟁여놓는 사람이었습니다.


샴푸, 린스 같은 생활용품부터

아이들에게 필요한 분유와 기저귀 같은 육아용품까지요.


그때는 왜 그렇게
육아용품에 ‘공구’라는 게 많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나고 나서 보니
그건 누군가의 지갑만 두둑하게 만들어줄 뿐
제 집은 점점 더 좁아지게 만들고 있었더라고요.


이상하게도
쟁여둔 물건들을 보면
막 장을 봐와서 먹을 게 가득한 것처럼
뿌듯하고 든든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쓸 건데’라는 마음으로
공구를 하고,
대량 구매를 하고,
물건을 계속 쌓아두었습니다.


지금처럼
샛별배송, 로켓배송이 당연하지 않던 시절이기도 했죠.


불과 7~8년 전만 해도
인터넷 주문을 하면
이삼 일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했으니까요.


그래서였을까요.
물건이 떨어질까 불안해
집 안을 창고처럼 만들어 두고
마음 놓고 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어느 순간부터
물건을 쟁여놓는 행동이
제 삶의 공간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 집에
우리가 사는 건지,
물건들이 사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거든요.


사놓으면 쓸 거라는 합리화가
공간의 여유는 물론이고
금전적인 여유,
마음의 여유까지
조금씩 가져가고 있었습니다.


형편에 맞는 집에 살다 보니
우리 다섯 식구,
그리고 육아를 도와주던 친언니까지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짐들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점점 몸집만 불려가고 있었죠.


정리는 하고 있었지만
그건 ‘정렬’일 뿐
‘비움’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하는 엄마 역할로도
머리가 복잡한데
늘어나는 물건들까지 더해져
집에 있어도 마음이 쉬질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정리’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어수선한 집과
어수선한 마음을
함께 정리해보고 싶어서였죠.


그 책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이야기를 만났는데
그중 하나가
‘물건을 쟁여놓지 말라’는 조언이었습니다.


물건을 쌓아두면
공간을 차지할 뿐 아니라
무엇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같은 물건을 또 사게 된다는 말이었죠.


돌아보니
제가 딱 그 모습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쟁여놓는 습관을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집 안에 흩어져 있던 물건들을
종류별로 한곳에 모으고
예전 같으면 미리 사두었을 물건을
되도록 다 쓰기 직전에 구매했습니다.


그러자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집이 정리되기 시작했고
물건이 차지하던 공간이 비자
제 마음에도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쟁여놓는 게 미덕이라고 믿었던 삶에서
처음으로 방향을 바꾼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공간을 ‘비운다’는 게
이렇게 중요한 일이었구나 하고요.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사는 게
더 비싸게 느껴져
손해라고 생각했는데
공간의 여유는
제 마음을 훨씬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지금 저는
‘공간의 비움’을 계속 실천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쟁여놓지 않으니
필요한 시점에 구매해야 하고
그만큼 살림에 더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또 하나 생긴 변화는
‘처리하는 습관’이었습니다.


버리기 아까워서
계속 들고 있던 물건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쟁여놓지 않는 삶,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보내는 삶.


이 두 가지 작은 습관이
결국 제 공간을 만들었고
제 삶을
조금 더 주체적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이 있다면
딱 한 가지만 권하고 싶습니다.


물건을 쟁여놓지 마세요.


SNS 속 팬트리에
물건이 가득 채워진 집들은
어쩌면 생활 습관이나
경제적 여유가 다른 경우일지도 모릅니다.


물건 하나를 살 때도
가격을 비교하고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추천하고 싶은 방식입니다.


비우는 순간
삶은 생각보다
훨씬 가벼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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