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끝자락에서
한국 나이로 마흔.
12월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는 다릅니다.
괜히 더 조심스럽고, 더 진중해집니다.
초등학생 때 아무 생각 없이 불렀던
‘나이 서른에 우리’라는 가사가
이제는 조금은 물색해질 만큼
나는 어느새 마흔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서른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서른 즈음에’를 신랑과 함께 노래방 마이크를 잡고
구슬프게 불렀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그로부터 벌써 10년의 시간이 흘렀다니요.
그래서인지 올해는 유난히
나의 2025년을 자주 돌아보게 됩니다.
2025년의 시작은 늘 그랬듯
“조금 더 잘 살아보자”는 다짐이었습니다.
야심차게 적어 내려간 1월의 다이어리를
이제 와 다시 꺼내봅니다.
과연 나는,
2025년을 잘 살아왔을까요.
그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뭐든 이것저것 손대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그동안은 늘 에너지가 분산되곤 했습니다.
그래서 2025년에는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히 덜어내고
선택과 집중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가치를 두기로 한 건 딱 네 가지였습니다.
운동, 수면, 영어 공부, 그리고 독서.
삼교대 근무 특성상
생체 리듬은 늘 쉽게 무너졌고,
그래서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운동으로 수면을 다스려보자는 마음으로
운동을 첫 번째 우선순위에 두었습니다.
점점 따라주지 않는 체력도 이유였고,
아이들 운동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기도 했죠.
처음부터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끝은 꽤나 창대해졌습니다.
이제는 주 5회 이상 운동을 유지하고 있고,
운동을 하다 보니
질 좋은 수면은 그저 따라온 선물 같아졌습니다.
몸이 바뀌니 정신도 맑아지고,
업무 집중도 역시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1년 전보다 훨씬 밝아진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오랫동안 손을 놓고 지냈던
초딩 수준의 영어 공부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난독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텍스트와는 거리가 멀었던 제가
대학생 때까지 배운 영어는
사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조금씩 체계를 갖춰
매일 아주 조금씩 공부했을 뿐인데,
영어가 전보다 덜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거창한 목표는 없었습니다.
그저 하루 한 걸음,
꾸준히 나아갔을 뿐.
그렇게 저는 성장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독서.
매일 비슷한 하루가 흘러간 것 같지만
연간 50권을 목표로 했던 독서는
생각보다 목표 권수를 쉽게 넘어섰습니다.
독서모임의 장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읽기도 했으며,
발췌독을 즐기고
지하철 이동 시간에는
밀리의 서재를 자연스럽게 켜곤 했습니다.
그렇게 많이 읽고
뭐가 남았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딱 잘라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독서 덕분에 사고가 확장되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는 것,
그리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어떤 정보성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은 게 아닙니다.
한 해의 목표를 세운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돌아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한 해였지만
돌아보면 꽤 많은 것을 이뤄낸
감사한 한 해였습니다.
2025년 동안
제 글에 공감해주시고
댓글을 남겨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다가오는 2026년에는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써보겠다는
작지만 단단한 다짐을 해봅니다.
서른의 끝자락에서,
2025년을 이렇게 정리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