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글 앞에서 엄마가 먼저 배워야 할 것
평생 한 번도 제대로 차려본 적 없는 생일상을
준비한다고 생각해 볼까요.
레시피를 뒤적이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아는 거 없는 거 다 끌어모아 상을 차립니다.
막상 다 차려놓고 보면 어때요.
뭔가 빠진 것 같고, 모양도 어설프고,
괜히 부끄러워집니다.
그래도 애쓴 마음 하나로 상을 내어놓죠.
그리고 조심스럽게 기다립니다. 평가를요.
“잡채는 좀 짜네.”
“식혜는 싱겁고.”
“떡케이크는 조금 딱딱하구나.”
“그래도 열심히 하긴 했네.
내년엔 미역국에 전복도 꼭 넣고,
케이크는 고구마로 해보렴.”
이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을 며느리가 있을까요.
고생한 마음은 쏙 빠지고,
부족한 점만 남는 순간입니다.
뜬금없이 왜 시어머니 이야기냐고요?
우리가 아이들 글을 볼 때,
딱 이런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아이가 어렵게 써온 글을 앞에 두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빨간 펜을 찾습니다.
틀린 맞춤법, 어색한 표현, 빠진 내용들.
“여긴 다시 써보자.”
“이 말은 좀 별로야.”
“다음엔 이런 내용도 꼭 넣어야 해.”
아이를 돕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우리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아이는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시어머니에게 상처받은 며느리가
결국 남편에게 툭툭 풀어내듯,
아이들도 마음속에 쌓이는 게 분명 있습니다.
다만 아이들에겐 하소연할 남편이 없다는 게 문제죠.
그렇다고 지적을 잘하면
아이가 다음엔 훨씬 더 멋진 글을 써올까요?
솔직히 말해, 오래 가지 못합니다.
글쓰기 앞에서 아이와 부모가
서로 눈치 보게 되는 순간이 오죠.
우리도 생각을 조금 바꿔보면 좋겠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 정도라도 써낸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먼저 말해주기로요.
문장은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습니다.
올챙이가 개구리로 변하듯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달라질 뿐이에요.
매일 쓸 수 있도록
“오늘도 썼네.”
“여기 이 문장, 엄마는 좋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빨간 펜을 드는 대신
‘오늘의 최고 문장’을 골라주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은경 작가님의
『초등 매일 공부의 힘』에 나오는 내용이에요.
읽다보니 너무 공감돼서 아이들에게도 읽어줬지요.
아이들은 웃으며 말하더군요.
“그래~ 엄마"라며 며느리 편을 들어주더라고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우리는 참 자주 실수합니다.
조금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과정보다 부족한 점부터 보게 되죠.
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게 되고,
작은 실수 하나가
평생 습관이 될까 봐 조급해집니다.
그래서 “우와”보다
“으이구”를 더 자주 말하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아이의 글 앞에서
우리가 연습해야 할 건
가르침보다 기다림이고,
첨삭보다 믿음이 아닐까요.
오늘도 아이가 써 내려간
조금 서툰 문장 하나를
조용히 안아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