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화창한 날이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 사이로
사람들의 축복이
파도처럼 밀려들던 야외 결혼식장.
아빠의 투박한 손을 잡고 내딛던
그 하얀 비단길 위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주인공이었다.
대체 무엇이 그리 좋았는지,
일렁이는 햇살 아래
연신 함박웃음을 지으며 걷던 그날.
그땐 몰랐다.
우리가 이토록 맞지 않는 조각이었다는 것을.
매일같이 치열한 감정의 전쟁을 치르며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게 될 줄은.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닿을 수 없을 만큼 멀어져 버린
서로의 뒷모습을 마주하게 될 줄은
정말이지 그땐 몰랐다.
첫 단추는 어디서부터 잘못 끼워진 것일까.
엉망이 된 옷매무새를 바라보며
나는 습관처럼 자책했다.
이 모든 일이 나의 부족함 때문인 것 같아서,
내가 조금 더 참지 못해서 일어난 것 같아서
마음이 아린다.
하지만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다.
문제는 단추가 아니라,
내가 나라는 사람을 너무 몰랐다는 데 있었다.
내가 무엇을 견디지 못하는지,
어떤 순간에 진심으로 숨을 쉬는지,
내가 어떤 색깔을 가진 사람인지조차 모른 채
그 길을 걸어갔던 것이다.
그날의 나는 나를 정말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