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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쌤 Aug 20. 2024

잘 가요, 견바이처.

2023년 12월 15일.

나롱이가 두 번의 수술을 겪는 사이, 차츰 회복되어 몸무게도 늘고 식욕도 생기는 사이, 나에게는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이 있었다.


2023년 12월 15일.

나롱이 담당선생님과의 마지막 진료날이었다.


그만두신다는 이야기는 한 달 전쯤 전달받았다.


'휴식기를 가지기 위해 그만두시게 됐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의지했던 큰 존재가 뿌리째 뽑혀 사라지는 기분이었지만, 항상 피곤해 보이셨던 모습에 '그럴만하다.'라는 생각이 들어, '왜요? 갑자기 그만두시면 전 어떡해요.. 저희 나롱이는요. 그냥 계속하시면 안 돼요?'라는 속마음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입 밖으로 꺼낸다 한 들, 이미 결정된 내용이 우리 나롱이로 인해 바뀔 수도 없는 건데, 선생님 마음에 '불편함'을 안겨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야속하게 시간은 흘러, 나롱이가 두 번째 수술을 받은 지 6일 만에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아직 회복된 게 아닌데, 아직 물어볼게 많은데, 또 같은 상황이 생기면 어떡하지? 그때는 누구에게 물어보지? 누구와 상의하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생각에 점점 더 불안해졌다.


이건 나롱이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다.


나롱이가 무지개다리 문턱에서 다시 나의 품으로 올 수 있었던 건 다 선생님 덕분이었기에 그 존재가 너무 컸던 것이다.


나롱이가 다니는 병원은 큰 병원이고, 다른 유능한 선생님들도 많은 곳이기에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에게 인수인계 잘해놓고 가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셨지만, 나에게 선생님은 한 분뿐이었기에 상심이 너무 컸다.




그렇게 들어간 선생님과의 마지막 진료실.


평소와 같이 나롱이 신체검사 결과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궁금증을 해결하며 상담을 이어갔다.


그리고, 선생님의 마지막 인사.


"그동안 저를 잘 따라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 보호자님이 잘 따라와 주신 덕분에 제가 나롱이 진료를 잘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말에 울컥한 나는 우는 걸 들킬까 눈도 못 마주친 채,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선생님 덕분이에요."라는 짤막한 인사를 남기고 진료실을 후다닥 빠져나왔다.

(사실, 이 말도 못했던 것 같다. 좀 길게 미화한 듯하다.)


그나마 남편이 선생님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성의 있게 인사를 해줘 정말 다행이었다.


주책맞게 왜 눈물이 났는지, 혹시나 눈물을 흘리는 나를 이상하게 볼까 봐 창피한 마음에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세상 싸가지없는 인사를 해버린 것이다.


'Oh~ My GOD'

'정녕 이게 그동안 선생님의 노고에 대한 나의 인사란 말인가?'


마음이 너무 불편했고, 또 불편했다.


그래서 나는 sns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게 더 이상하지 않나?)




선생님의 성함이 특이했기에, 분명 sns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도대체 이름이 특이하다고 sns를 할 거라는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건지..)


그리고, 발견!! (올레~~)


무언가 사생활을 건드리는 것 같아 죄송하기도 했지만, 그런 싸가지 없는 인사로 쌤을 보내드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선생님에게 장문의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때 인사를 제대로 못 드렸다는 말씀과 실례지만 이렇게라도 인사드린다며, 구구절절 그동안 선생님에게 고마웠던 점들을 전달드렸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답변이 왔다.


"해주신 말씀들이 너무 감사해서 답장 보내기까지 3~4번을 다시 읽어봤습니다"로 시작되는 답장.


'연락을 잘했다.' 싶었다. 내 마음이 전달된 것 같아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답장이 와서 신났다며, 혼자 주절주절 주책맞게 나롱이 사진까지 보내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럴 때마다 아줌마가 된 걸 실감한다.)


그제야 나는 마음을 다해 선생님을 보내드릴 수 있었다.


잘 가요, 견바이처.



반려견을 키우면서 이런 일이 있을지 상상도 못 했었다.


나롱이가 응급한 상황이 되는 일도, 무지개다리 문턱에서 살아 돌아오는 일도, 수술을 하는 일도, 내가 병간호를 하게 될 일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냥 나롱이는 나롱이대로 알아서 사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정말 보호자로서 자격이 없었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 처음으로 만난 선생님은 나에게 정말 큰 존재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나에게 모든 걸 하나하나 진심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고, 공감해 주셨으며, 같이 고민해 주셨다.


우리 나롱이만 진료를 하는 게 아닐 텐데도, 늘 관심 가져주시는 모습에 '진정한 수의사'라고 생각했다.


항상 피곤한 얼굴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픈 강아지들을 진심 어리게 봐주시는 모습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또 다른 곳에서 아픈 강아지들을 위해 진심을 다하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


그 진심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그림으로나마 선생님과의 '소중한 시간'을 간직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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