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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쌤 Aug 13. 2024

또 상처를 내다.

두 번째 마취, 그리고 수술

선생님과 상의 끝에 한 번 더 [식도관 삽입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마취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첫 번째, 나롱이 몸무게가 늘고 있었다는 점.

두 번째, 점점 식욕이 생겨 간식이라도 입으로 조금씩 먹게 됐다는 점.

세 번째, 무엇보다 나롱이 스스로 '삶의 의지'가 보인다는 점.


그리고, 식도관만 삽입하는 건 수술 시간이 짧아 마취의 위험성도 좀 낮아졌기 때문에, '식도관'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포기할 순 없었다.


남편과도 전화로 상의했지만, '나롱이 보호자로서, 어떠한 선택이 나롱이를 위한 건지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하라'고 했다.


이 수술이 '나롱이를 위한 것인지', 그동안의 생활이 수월했던 '나를 위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나롱이가 점점 '기운'이 생기고, '활력'을 찾아가고 있었다는 것에 나만을 위한 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간단한 수술이기에 바로 그날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고, 2시 타임에 수술실이 비어 그때 진행한다고 했다.


나는 출근을 해야 했기에, 나롱이를 맡기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잘 부탁드린다."라고 인사하는 나에게 선생님은 '수술이 끝나면 바로 연락드리겠다.'며 최대한 내가 안심할 수 있는 말을 골라서 해주셨다.




가까스로 출근한 나는 혼자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버틸 나롱이를 생각하니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았다.


그리고, 울리는 전화.


"보호자님, ***동물 병원입니다. 나롱이 수술 잘 끝났고, 마취에서 잘 깨서 회복 중입니다."


"아 정말요? 네 감사합니다~"


"이따 언제 데리러 오 실 건가요? 그 시간에 맞춰 퇴원 준비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일 끝나고, 7시 정도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최대한 빨리 가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한 수술이기에 오늘 퇴원할 수 있었고, 토요일이라 비교적 일찍 수업이 끝나기에 퇴근하자마자 남편과 함께 나롱이병원으로 향했다.




나롱이는 지난번 수술 때보다는 그래도 기운이 좀 나아 보이긴 했지만, 수면마취 후 사람이 멍한 것처럼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같은 표정이었다.


주의사항을 잘 듣고, 집으로 바로 온 우리.


그런데 현관 앞 나롱이 모습을 보고 그만 빵 터져버렸다.


아까부터 '여긴 어디? 나는 누구?'의 표정이던 나롱이는 정말 마취가 덜 풀려서 그런 건지 현관에서 처음 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거기.. 누구 슈?


'거기 누구 슈?'라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는데, 낯선 곳에 왔다고 착각을 한 건지 발도 떼지 못한 채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다.


표정이 재밌어 웃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었다.

몇 주 안에 반복된 마취로 기억이 지워진 건 아닌가 라는 불안한 마음.


하지만, 한숨 푹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여전히 나롱이는 내 동생 나롱이 그 자체였다.


오른쪽에 한 번, 왼쪽에 한 번, 총 두 번의 상처를 낸 누나를 전혀 원망하지 않는 얼굴로 그렇게 눈을 맞추고 꼬리를 흔들며 반겨줬다.


나롱아, 잘 버텨줘서 고마워.
그리고, 또 상처 내서 미안해.


퇴원하는 나롱이




ps.

나롱이 옷과 리드줄


병원에 다시 입원을 시키고, 챙겨 온 나롱이 옷과 리드줄을 평소보다 더 가지런히 정리를 하면서 참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군대에 간 아들에게서 온 옷가지와 물건을 받았을 때 느끼는 부모의 심정이 이런 걸까?'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내가 없는 병원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무서워하지는 않을지..

누나가 버리고 갔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지..

나롱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누나 스스로 결정한 수술을 또 하게 된다는 건 알고 있을지..


너무 미안했기에 그렇게 눈물을 흘렸나 봅니다.


그 눈물이 이 상황을 합리화시켜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이 옷을 다시 입을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그날의 제 선택이 후회로 남지 않아 다행이구요.


운이 좋았던 걸 수도 있지만, 만약 아픈 반려견을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시는 보호자님께서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아이는 어떠한 상황이든 보호자님을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그 선택이 자기를 위해 한 결정이라는 것을 온 마음으로 느낄 거예요.


보호자님과 반려견이 함께 한 시간은 오로지 둘만 알고 있기에, 보호자님이 어떠한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을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신다면 주변의 이야기보다는 나와 내 반려견의 마음에 집중해 보세요.


내 욕심에 하는 선택이 아닌, 서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아픈 반려견 혹은 노견을 끝까지 책임지시는 모든 보호자님들.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이번 주 휴가라 혹시 약속을 못 지킬까, 목요일 연재글 미리 올립니다.^^


항상 부족한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복 받으실 거에요!


건강 잘 챙기시며, 남은 여름 잘 이겨내보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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