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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쌤 Jul 25. 2024

그만두는 아이들의 편지

첫인상보다 끝인상이 좋은 사람

학원은 의무교육이 아닌 선택교육이기에 그만두는 아이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의 글을 읽어 봤다면 이미 알겠지만 나란 쌤은 공부에 대해서는 한치의 타협도 없는, 아이들의 말에 공감능력 1도 없는 악미쌤이기에 처음에 적응을 못하면 한 달이면 그만두고, 적응하면 대부분 고등부를 가기 전까지 3년 이상 꾸준히 다닌다.


그래도 중간에 본인의 사정으로 그만두는 아이들이 있다.


그때마다 내 새끼를 떠나보내는 것처럼 서운하고 아쉽지만, 그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보내줘야 하는 게 맞기에 애써 괜찮은 척, 담담한 척을 한다.




그런 마음을 아이들도 아는지, 그만두는 아이들 중 손 편지를 써주는 친구들이 많다.


내용은 대부분 “처음엔 무서웠는데..”로 시작한다.


이후

“지금은 쌤이 젤 좋아요”

“쌤이 젤 재밌어요”

“항상 재밌게 가르쳐주셔서 감사해요”

“수학이 너무 어렵고 힘들었는데 이제 제일 좋아요”

“수학을 쉽게 가르쳐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배운 쌤 중에 쌤이 제일 열정적이에요”

“오빠한테 들었을 때는 악마 그 자체였는데, 이젠 누구보다 편하고 좋은 쌤이에요”




평소 칭찬을 받으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칭찬알레르기’가 있는 나로서는 부끄럽지만 감동이고, 감격을 넘어 울컥하는 내용들이다.


사춘기 아이들이 본인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한 자 한 자 꾹꾹 써 내려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그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만둔 이후로도 그냥 지나가다 찾아오는 아이들, 스승의 날이라고 찾아오는 아이들, 생일이라고 찾아오는 아이들, 군대 간다고 인사하러 오는 아이들,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아이들이 오면 특유의 무뚝뚝함에 “뭐야~ 웬일이야~ 시간이 남나 봐~“ 하고 툭툭 거리지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거리며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면 즐겁다.


끝내 내 팩폭으로 끝이 나긴 하지만.


아이들은 그마저도 “쌤 팩폭 너무 그리웠어요~”라며 즐거워한다.


그리고는 헤어질 때마저도 “팩폭 필요할 때마다 와~ 정신 번쩍 들게 해 줄 테니까~”하고 나는 끝까지 진상을 부린다.


그리고 ‘까르르 까르르’하는 웃음소리를 끝으로 우리는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인사한다.




우리 못난이 빤쓰들~

이런 쌤이라도 찾아와 주는 너희가 있어 쌤은 항상 고맙고 든든하고 하루를 또 버틴단다.


얘들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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