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안나 75
졸리다. 잠결에 할아버지의 발소리를 들었는데 고민하다 그냥 계속 누워있었다. 한참 뒤 초인종 소리가 나기에 겨우 일어나 나가보니 할머니는 이미 휠체어에 옮겨진 상태였다. 뚜왈렛이 벌써 끝난 거냐고 7시 45분에 왔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날 깨우지 않으셨다. 어제도 제대로 못 했는데 아침부터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다른 날에 비해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 보이셨다. 원래 내가 깨우거나 언니가 깨운 날은 항상 졸려 보이고 피곤해 보이셨는데 오늘은 달랐다. 할머니와 아침을 먹고 비몽사몽 몸을 이끌어 다시 침대로 왔다. 조금 더 잘까 하다가 카톡을 하며 잠을 깼고 점심엔 언니와 함께 김밥을 만들었다. 물론 나는 여러 재료를 볶는 간단한 역할을 맡았다.
맛있게 김밥을 먹고 있는데 원래 오늘 만나기로 했던 알렉스에게 문자가 왔다. 어제 일을 해서 몸이 좋지 않다는 문자를 보내고 다음에 만나자고 했는데 그가 내일 괜찮냐고 물었다. 굳이 왜 만나려고 하는 거지. 조금 의아했지만 그래도 한 번 만나는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알았다고 했다.
앙발리드에서 만나서 파리 시내를 산책하자고 했다. 그동안 날씨 좋은 날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내일 알렉스와 그 한을 풀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되는 게 나는 불어를 조금밖에 못 하고 알렉스도 한국어를 조금밖에 못 한다. 과연 우리 둘이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조금은 걱정되고 조금은 기대된다.
오후엔 불어 공부 조금 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뚜왈렛이 생각보다 일찍 와서 얼른 끝내고, 걱정했던 Free 휴대폰 요금도 무사히 빠져나갔다는 확인을 받았다. 저녁은 김밥에 살짝 튀김옷을 입혀 구워 먹었다. 그리고 저녁 임무수행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와 버려서 이른 시간에 모두 끝냈다. 지금은 ‘괜찮아 사랑이야’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