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 Nov 29. 2022

명량

파리의 안나 125

쉬는 날이다! 여전히 졸리다. 아침 일과를 끝내고 머리를 감은 뒤 화장을 했다. 인터넷을 뒤적이다 엊그제부터 메일로 언어 교환을 하던 알렉상드르에게 답장을 했다. 긴 문장을 만들고 싶었지만 너무 어렵다. 점심을 먹은 뒤 현숙이에게 메일을 썼다. 처음 프랑스에 왔을 때 메일을 주고받자며 주소를 알려준 현숙이었는데 파리에 온 지 4개월 만에 첫 메일을 보냈다. 

여섯 시에 샹젤리제 영화관에 가 명량을 보기로 해서 5시 10분쯤 집에서 나갔다. 오랜만에 예쁘게 차려입고 샤를 드골 에뚜왈 역으로 갔다. 퍼블릭 시네마 앞엔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설마 예매한 사람 줄은 따로 있겠지 싶어 안에 들어가 자원 봉사자 분들에게 물어보니 그 긴 줄이 입장 줄이었고 예매한 사람도 마찬가지란다. 자리도 입장 순서대로 랜덤이랬다. 참나. 그럴 거면 미리 예매는 왜 한 거지. 어쨌든 나도 줄을 섰다. 배가 고팠다. 영화관 안에는 팝콘도 콜라도 팔지 않았다. 

5시 50분쯤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맨 뒷자리 11번 의자에 앉았다. 왼쪽 옆에는 한국 아줌마들이 있었는데 정말 더럽게 시끄러웠다. 오른쪽 옆에는 프랑스 할아버지가 앉았다. 6시에 영화가 시작되고 준비해 간 안경을 끼고 열심히 봤다. 재밌었다. 다만 일본말 자막이 불어로만 나와서 불만이었다. 한국 영화제인데 한글 자막은 왜 넣지 않은 건지. 지금까지도 일본 놈들이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알지 못한다. 

약 두 시간의 영화 상영이 끝난 뒤 행운권 추첨 행사가 있었다. 입장할 때 받은 번호표가 뽑히면 핸드폰을 선물로 준댔다. 엄청나게 기대했지만 뽑히지 않았다. 난 86번을 가지고 있었고, 뽑힌 두 사람은 100번과 200번이었다. 개선문 야경을 찍은 뒤 집으로 돌아갔다. 쑥뜸을 해주시러 온 애경 어머니께서 선물이라며 책 하나를 주셨다. 불어로 된 책이라 당장 읽을 수는 없었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배가 고파 밥을 챙겨 먹었다. 씻은 뒤 내일 랑도네를 위한 가방을 싸고 임무 수행 후 일찍 잠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헤농은 이름이고 농이 성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