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안나 130
늘 같은 아침 일과를 마치고 일을 갔다. 큰 이모가 오늘은 그룹 손님이 많을 것 같다고 하셨다. 어제는 1인이나 2인 손님이 많았기에 설마 했다. 그런데 진짜였다. 4명, 5명, 7명까지. 정신이 없었다. 결국 사고를 쳤다. 전식 그릇을 가지고 들어왔는데 작은 이모가 손을 내미셔서 건네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모는 곧 손을 거두셨고 결국 깨 먹었다.
그때부터 멘붕이 왔다. 손님으로 오신 수녀님이 큰 도움을 주셨다. 물도 공짜로 주고, 반찬도 내가지 않고, 디저트가 늦는 실수가 연달아 이어졌다. 불어를 못하는 나에게 조목조목 따지는 손님이 얄미웠다. 결국 수녀님과 작은 이모의 도움으로 큰 위기는 넘겼지만 그래도 힘들었다. 손님들이 다 빠지고 설거지를 하다 눈물이 날 뻔했다. 컵을 닦고 있는데 이모들이 밥을 먹으라고 했다. 나는 밥 먹을 자격도 없다고 한탄하듯 말하니 작은 이모가 뒤늦은 위로를 해주셨다.
힘들게 일을 끝마치고 책을 반납하기 위해 한국문화원으로 향했다. 운동도 할 겸 걸어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까르푸에 들러 아리조나 레몬 맛과 린트 초콜릿 카카오 70%를 샀다. 이에나 역까지 걸어갔는데 책이 무거워서 너무 힘들었다. 문화원에 도착하여 냉정과 열정사이 두 권은 반납하고 유럽 기차여행 책은 3주 더 연장했다. 집에 올 때는 지하철을 탔다. 아까운 까르네 한 장.
집에서 쉬다가 저녁을 먹고 유럽 여행 계획을 세웠다. 대략 코스를 짰다. 파리-이탈리아-스위스-독일-벨기에-영국-프랑스 지방. 규한이는 벨기에에서 프랑스로 아웃하는 일정이다. 사실 다른 나라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계획 짜기가 힘들다. 그래도 즐겁고 설렌다. 스위스가 가장 기대된다. 얼른 내년 3월이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