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안나 133
완전 늦잠을 잤다. 눈을 뜨니 10시 반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케빈이 늦게 와서 임무 수행은 할 수 있었다. 정신없는 오전 시간이 지나고 점심 식사 후 은행에 들렀다. 어제 수령한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 현금을 인출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5유로만 뽑고 싶었는데 10유로가 최소였다. 결국 10유로를 인출한 뒤 프랑프리에 가 할아버지와 함께 물을 샀다. 할아버지는 탕프레에서 식재료를 사 오셔야 해서 나 혼자 물 두 묶음을 들고 집으로 왔다. 더럽게 무거웠다. 아무것도 안 하고 먹기만 하는 민향 언니가 미운 순간이었다.
집에 도착해 땀을 식히고 가방을 챙겨 장을 보러 갔다. 지하철역에서 티켓 젠느 2장을 산 뒤 직원에게 볼펜을 빌려 인적 사항을 적은 뒤 라데팡스로 갔다. 1-3 존 티켓이라 RER을 탈 수 있었다. RER을 타니 금방 도착했다. 사람이 가득한 레 꺄트르 떵을 돌아다니다 오샹으로 들어갔다. 필요한 물건들을 고르고 간식으로 먹을 과자를 고르는데 그 순간만큼은 인생 최대의 고민이었다. 다 너무 맛있어 보이는데 비쌌다. 결국 가격대가 적당한 초콜릿과 작은 롤 케이크를 골랐다. 화장품을 사기 위해 몽쥬 역으로 가는 길 RER에서 하나씩 먹어봤는데 다 맛있었다. 잘 골랐군.
몽쥬 약국에 들어갔는데 역시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그런데 내가 살 수 있는 가격대의 스킨, 로션은 없었다. 다 너무 비싸. 그냥 온 김에 미스트나 하나 사 오려고 했는데 계산 줄도 너무 길어 포기하고 나왔다. 다음에 와야지. 집에 도착해 쉬다가 임무 수행을 마치고 저녁 먹기 전까지 또 예능을 봤다. 저녁 식사로 쫄면을 먹고 에펠탑을 보러 가려고 했지만 7신데 너무 어두워 나가기가 싫어졌다. 겨울이 다가오니 밤이 길고, 춥고, 어두워 나가기가 싫다. 결국 또 잠들기 전까지 예능을 봤다. 게으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