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안나 140
어제부터 비가 왔다. 11시에 미화 언니와 몽마르트르에서 만나기로 해서 조금 걱정됐는데 다행히 나갈 때쯤 그쳤다. 간호조무사가 조금 늦게 와서 11시 반까지 만나기로 하고 임무 수행 후 아베쎄 역으로 갔다. 언니보다 먼저 도착해 사랑해 벽 앞에서 기다렸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날이 많이 흐렸다. 곧 도착한 미화 언니를 만나 사랑해 벽 앞에서 사진을 찍고 언덕을 올라갔다.
테르트르 광장에 도착해 예술가들의 그림을 감상했다. 한 할머니가 그린 에펠탑 그림이 너무 예뻐 우리가 다가가니 친절하게 말을 걸어 주셨다. 불어를 조금 할 줄 안다고 하니 웃으며 가격을 설명해 주었다. 한 작품에 45유로인데 학생일 경우 35유로까지 준다고 했다. 그래도 우리에겐 부담되는 가격이라 너무 예쁘지만 비싸다고 말하고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곧장 사크레쾨르 사원으로 갔다. 처음 온 언니를 위해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한 바퀴를 도는데 예배를 드리고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수녀님들을 보게 되었다. 성당에서 나와 파리 시내 전경을 보며 언니와 대화를 나눴다.
언니가 오늘은 삼각대까지 챙겨 왔다고 해서 성당을 배경으로 영상을 찍었다. 계속 흐렸던 하늘이 카메라를 꺼내자 거짓말처럼 맑아져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기념품 숍 사이를 지나 물랑루주를 향해 걸었다. 물랑루주 앞에서도 영상을 하나 찍고 배가 고파져 식당을 찾아 걸었다. 적당한 가격에 분위기도 좋고 맛있어 보이는 식당을 찾기란 참 힘들었다. 정말 한참으로 돌아다니다 결국 맛 집을 검색해서 찾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가는 길이 너무 멀어 결국 포기하고 돌아서다 우연히 발견한 식당에 들어가게 되었다. 점심 메뉴가 17.50유로로 적당한 가격이었고 식당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음식을 시키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조금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언니가 밥을 사준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얻어먹었다. 식당에서 나와 기념품 숍 구경을 하다 사크레쾨르 사원이 정면으로 보이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커피 값은 내가 냈다. 서버 할아버지가 유쾌하셔서 6.20유로인데 7유로를 내고 거슬러 받지 않았다. 다섯 시가 다 돼가 아쉽지만 집에 가야 했다. 지하철역에서 인사를 하고 헤어져 집에 왔다. 도착해 임무 수행을 하고 저녁을 먹는데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이 집에서 언제까지 지낼 생각이냐고 물으셨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지만 그동안 혼자 여행 계획을 세워왔던 터라 대략적인 시기를 말씀드렸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정해진 이별이지만 이렇게 미리 말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아쉽다. 씁쓸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