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안나 142
일어나기 싫은 아침이다. 알람을 듣고 정신은 들었는데 눈이 안 떠졌다. 방 밖에서 은지야 하시는 할아버지 목소리에 뚜왈렛이 온 줄 알고 졸린 눈을 비비며 나갔더니 할머니를 침대에서 조금 올리자는 것이었다. 어쨌든 조금 일찍 깨서 피곤했다. 입맛도 없어서 커피랑 저번에 사 둔 빵으로 대충 끼니를 해결했다. 피부 화장만 한 채로 뚜왈렛이 오기를 기다리다 옷을 갈아입고 임무 수행 후 일을 하러 갔다.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이니 그래도 좀 돌아다닐 심산으로 가방까지 챙겨 나갔다. 월요일이라 손님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단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큰 실수 없이 일을 끝내고 가는 길에 비가 내렸다. 그냥 집으로 갈까 하다가 나비고 일주일 권을 충전하여 판테옹에 갈 생각으로 파스퇴르 역으로 향했다. 나비고 충전 기계 앞에는 줄이 없기에 카드를 넣고 충전을 하는데 핀 번호까지 OK 나오고 기다리라더니 영수증도 주지 않고 오류 메시지가 떴다. 하필이면 자신만만하게 불어로 진행한 터라 무슨 오류인지도 확인하지 못한 채 나비고 충전을 확인하니 충전 내역이 안 떴다.
설마 카드 결제가 된 건 아니겠지 싶어 급히 집으로 왔다. 계좌 이체 내역을 확인하려고 노트북을 켰는데 인터넷 연결이 안 되었다. 마음은 급한데 렉까지 걸리니 더 열받았다. 결국 폰뱅킹으로 한참 만에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결제는 되지 않았지만 승인이 난 상태라 잔액보다 출금 가능금액이 약 3만 원 줄어있었다. 해외 결제는 승인 후 2~3일 뒤에 금액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앞으로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할아버지께 말씀드려 지하철 역 직원에게 물어보았는데 그는 결제되지 않았을 거라는 추측성 대답만 해줄 뿐이었다. 내 돈 삼만 원의 행방은? 저녁까지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아 랜 선으로 직접 꼽아서 이용했다. 되는 일이 없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