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안나 143
졸려 죽겠다. 어제 열 시 조금 넘어서 일찍 잤는데 왜 이렇게 졸리지. 꿈을 하도 많이 꿔서 그런 것 같다. 새벽에 약간 추워서 깨기도 했다. 원래 오늘 아침 머리를 감으려고 했는데 그냥 스킵했다. 오랜만에 아침을 제대로 챙겨 먹고 간단히 피부 화장만 한 뒤 임무 수행을 마쳤다. 머리도 감기는 날이라 시간이 간당간당 했다. 바로 옷을 갈아입고 출근했다. 졸려서 약간 제정신이 아니었다.
다행히 어제보단 손님이 적어서 힘들지 않았다. 2인 손님이 대부분이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역시나 오늘도 흐리고 비가 내렸다. 집에 도착하니 청소하는 마리아 아주머니가 계셨다. 인사를 드리고 방으로 가 쉬었다. 다행히 인터넷 연결도 잘 되었다. 랜 선을 뽑고 다시 wifi로 할 수 있게 됐다. 엄마, 동생과 함께 하는 파리 여행 계획을 세웠다. 생각보다 돈이 꽤 많이 들 것 같다. 계좌 거래 내역을 확인해 보니 아직 돈은 빠져나가지 않았지만 여전히 잔액보다 출금 가능금액이 3만 원 더 적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나은행 고객센터에 문의하려고 하니 웹 회원 가입을 하라는 둥, 고객센터로 전화를 하라는 둥 귀찮게 굴어서 포기했다. 나에겐 내 기억 말고는 아무런 증거도 없는데 만약 돈이 빠져나가면 지하철역에서 환불을 해 줄까? 과연?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다. 20유로면 적당한 식당에서 점심 코스를 즐길 수 있는 돈인데! 내 한 달 휴대폰 요금이기도 하고! 열받는다. 그리고 졸리다. 얼른 저녁 뚜왈렛이 끝나고 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