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안나 145
배탈이 났는지 아침부터 뱃속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겨우 출근을 해서 청소를 시작하는데 계속 꾸륵 거렸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12시부터 손님을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한산했다. 아프던 배는 고파졌다. 어쨌거나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두시쯤 갑자기 2인 손님들이 몰려 들어왔다. 다행히 테이블 회전은 빠르게 되어 다 앉혀 놓긴 했는데 한꺼번에 주문이 몰리니 주방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여기서 또 작은 이모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분명 내 잘못이 아닌데 화내기에 급급한 그 모습이 얼마나 꼴 보기가 싫던지.
오늘은 나도 모르게 말대꾸와 반항을 조금 했다. 본인이 실수한 것에 대해서는 절대 인정하지 않고 내 잘못도 아닌 부분에 대해서까지 뭐라고 한다. 그렇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고 해서 음식이 빨리 나오는 것도 절대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큰 이모가 조금 감싸주셔서 감사했다. 나중엔 진짜 속으로 엄청 욕 하면서 일했다. 손님들이 크게 노여워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제일 서비스를 못 해 드린 손님들이 팁까지 주고 갔다. 힘든 시간이 지나고 오늘은 처음으로 3시가 넘어서 모든 일이 끝났다. 늦은 점심을 먹는데 작은 이모가 그새 풀어져서는 수고했다며 팁으로 5유로를 주셨다. 욱하고 급한 성격만 고치면 좋은 사람일 텐데 말이야. 어쨌든 5유로 벌었다.
오늘은 너무 힘들어서 어디 돌아다니고 싶지도 않았다. 바로 집으로 들어와 쉬다가 엄마와 규한이의 파리 여행 일정을 짰다. 저녁을 먹고도 계속했다. 그래서 겨우 일정표와 예산을 다 정리할 수 있었다. 내일은 규한이와 나의 유럽 여행 일정을 짜야지. 일 안 가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