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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Jan 19. 2022

이별 단상

이젠 기억도 잘 안나

01

그냥, 남녀가 만나다 보면 활활 불씨가 타오를 때가 있잖아요. 그 찰나의 순간이 지나간 거죠. 불씨가 서서히 꺼져가니까, 후후 불어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을 테고요, 서로.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입김을 불고 싶지 않은 거예요. 저도, 그 사람도.

그렇게 다 타버린 거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02

헤어지자고 말한 사람이 찬 거라면, 제가 차였어요.

진심으로 그 사람이 먼저 헤어짐을 말하길 바랐어요. 사귀다 몇 번 제가 먼저 차 버렸을 땐 어떻게든 다시 돌아왔거든요, 우리의 관계가.

이번에도 제가 먼저 놓으면 다시 붙잡고 싶어질 까 봐 참았어요. 헤어지고 싶었거든요.


03

추억이 많아요. 좋았던 일도 많았겠죠. 그런데 하나도 생각이 안 나요. 싸우고, 상처받고, 상처 주고, 울고 불고 싫었던 기억밖에 없어요. 왜 그럴까요?


04

저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사랑을 모르겠대요. 2년이나 만난 사람한테 이게 무슨 예의냐며 욕하고 따졌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사랑했거든요.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알았어요, 역설이죠. 이런  인생인가요?


05

아직도 잠이 잘 안 와요. 문득 그립고 불쑥 슬퍼져요. 이런 나와는 상관없이 시간은 흐르고 세상이 잘만 돌아가는 게 너무 무서워요. 나, 아직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2021.02.2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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