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샹젤리제

파리의 안나 02-1

by Anna

오늘의 목표는 무조건 에펠탑. 민박집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RER(고속 철도) A선을 타고 10분 정도 가면 개선문 역이고, 개선문 역에서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쭉 걷다가 꺾으면 에펠탑까지 갈 수 있었다.


사실 민박집에 도착해서까지 여기가 프랑스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실감이 안 났는데, 골목 사이사이를 걸으니 죄다 외국인밖에 없어서 진짜 프랑스에 왔구나, 생각이 들었다. 길을 걷다 흑인 청소부 아저씨가 나에게 “휘이이~” 휘파람을 불며 시비를 걸어서 순간 쫄았지만 태연한 척 그냥 무시하고 갈 길 갔다.


프랑스 지하철은 오래 돼서 더럽고, 냄새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혹시라도 소매치기 당할 까봐 그런 건 신경도 못썼다. 표정과 행동은 최대한 여유로운 척, 현지인인 척 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굉장히 무서웠다. 아무튼 딱 4정거장 가서 ‘Charles de gaulle étoile’ 역에 내려 1번 출구로 올라가니 개선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개선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몇 장 찍은 뒤, 길거리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이제 어디로 가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제야 내가 지도도 책도 들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숙소로 돌아갈 수는 없었고, 그냥 무작정 사람들이 많이 걸어가는 쪽으로 갔다.

샹젤리제를 쭉 걷다보니 배가 슬슬 고파졌고, 공원 앞에 있던 핫도그 가게에서 4.00유로짜리 핫도그를 사먹었다. 바게트에 소시지, 치즈 올리고 구운 뒤 케첩을 뿌린 간단한 핫도그였지만 그런대로 맛있었다.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또 걷다가 도착한 곳은 알렉산더 3세 다리였고, 저 멀리 에펠탑 윗부분이 보여서 진짜 깜짝 놀랐다. ‘정말 가깝구나.’ 얼른 에펠탑으로 가고 싶었지만, 꽤 많이 걸었던 탓에 힘이 들어서 센 강가에 앉아 조금 쉬었다. 앉아서 하늘도 보고, 강도 보고, 일기도 쓰고, 운동하는 사람들도 보고, 정말 한가로운 느낌이 들었고, 정말 파리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keyword
이전 01화어디 이민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