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카데로

파리의 안나 10

by Anna

일주일 동안 우연한 인연으로 함께했던 룸메 언니가 떠나는 날이다. 아침을 먹고 짐을 정리하고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언니는 나에게 엽서 한 장을 준 채 그렇게 떠났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라 혼자 읽으며 약간 감동했다.

그렇게 아침을 보내고, 점심으로는 우동을 먹기 위해 ‘Pyramides’ 역으로 갔다. 역시나 또 길을 헤맸고, 겨우 찾은 우동 집은 책에서 봤던 ‘쿠니토라야’가 아닌 ‘쥬베이’였다. 사진으로 본 건물 자체는 똑같기에 맛도 똑같겠지, 하고 줄을 섰다. 일본 수제우동 전문점이라 점원들은 일본어를 썼고 혹시나 나에게도 일본어로 말을 걸까 싶어 고등학교 때 배운 일본어를 되새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런지 그냥 불어를 쓰더라.

책에서 본 9유로짜리 우동은 없었고 제일 싼 게 13유로였다. 세트메뉴는 15유로 길래 기왕 비싸게 먹을 거 많이 먹자는 심정으로 세트를 주문했다. 우동은 생각보다 그저 그런 맛이었지만, 따라 나온 치킨과 계란말이가 맛있었다. 처음엔 양이 많아 다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먹다 보니 충분할 것 같았다.

나올 땐 분명 맑았는데 점점 흐려지더니 결국 비가 내렸다.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고, 나는 우산을 챙겨 나오지 않은 나의 무심함을 탓하며 천천히 식사를 했다. 비가 그칠 때쯤 밥 조금 남기고 다 먹었다. 계산을 하고 지하철역으로 직행했다. 사실 멀리 보이는 오페라 앞에 가서 사진 찍고 가려고 했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이런 날도 에펠탑은 빠뜨릴 수 없지 하는 심정으로 트로카데로에 내렸는데 샤요궁 앞으로 갈 수가 없게 인파가 모여 있었다. 무슨 일 있나, 싶어 그 인파 속에 합류했는데 사람들이 갑자기 환호를 지르고 기자들이 사진을 찍었다. 나도 얼른 디카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누군지도 모르지만 유명한 사람을 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혹시 이게 말로만 듣던 패션위크인가 싶어 내가 아는 유명인을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계속 기다렸다. 하지만 날은 다시 점점 어두워지고, 다 외국인들뿐이라서 그냥 에펠탑 사진 몇 장 찍고 숙소로 돌아갔다.

keyword
이전 14화아쉬운 밤